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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정비 분야 발전을 위한 제언 [이호진의 공항칼럼]

입력 2025-12-03 10:55   수정 2025-12-03 11:00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한국 항공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두 항공사는 오랫동안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며 국내 항공산업을 이끌어왔지만, 최근 글로벌 항공 시장의 환경 변화는 과거와 다른 방식의 대응을 요구해왔다.

기종 다양화에 따른 고정비 부담, 대형 항공사의 구조조정과 세계적 네트워크 경쟁, 저비용항공사의 급성장 등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운영과 투자 효율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통합은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새롭게 재편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항공정비(MRO) 분야는 이번 통합의 가장 큰 시너지 창출 분야로 꼽힌다. 항공정비는 항공사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그동안 두 항공사가 각각의 체계와 시설을 따로 운영해 왔기 때문에 중복투자와 비효율이 존재했다. 대한항공은 인천·김포·부산에 정비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아시아나는 인천·김포 외에도 광주 정비센터를 운영해왔다. 이 시설들은 기능과 기종이 상당 부분 겹치며, 정비 네트워크 상에서 중복 영역이 적지 않았다. 통합 항공사는 이 인프라를 기종·지역별로 재편함으로써 시설 전문화와 운영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인천은 대형기 중정비 중심의 허브로, 김포는 단기 점검과 라인정비 거점으로, 지방 공항은 엔진 시험과 LCC 위탁정비 거점으로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통합된 물류·부품창고·공동 구매 체계를 구축하면 정비 리드타임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실질적 효과도 기대된다.

정비 인력의 통합 또한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요소다. 양사는 기종이 다양하고 정비 경험이 풍부하지만, 그동안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사람과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교차되기 어려웠다. 대한항공은 엔진 정비와 중정비에 강점이 있고, 아시아나는 기체 구조 수리 및 내부 개조 분야에 전문성이 축적되어 있다. 두 회사의 기술과 경험이 융합되면 한국의 항공정비 수준은 단순 내부 정비에 머물지 않고 해외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독립형 MRO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통합 항공사는 표준화된 정비사 교육체계와 산학협력형 트레이닝 센터를 구축하여 젊은 정비 인력 양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이 동북아 정비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이다.

이미 세계 MRO 시장은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항공사 비용 구조에서 10~1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통합 항공사가 가진 항공기 규모는 200대 이상, 계열 LCC까지 포함하면 300대 이상으로 늘어나며 이는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경제성을 갖춘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보잉·GE·프랫앤휘트니 엔진 정비 인증을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나는 에어버스 기종에 특화된 정비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 역량은 통합 이후 국제 인증을 확대하고 해외 항공사 위탁정비 시장에 진입하는 데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의 SIAE, 루프트한자 테크닉 등 글로벌 MRO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한국형 MRO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시너지가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정비 매뉴얼·근무체계 등에서의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은 적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정비 업무는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작은 절차적 차이도 혼선을 일으킬 수 있기에 표준화 작업은 치밀하고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노조 간 이해 조정, 고용 안정 보장, 정비 절차의 통합 표준 마련 등 인적·제도적 통합은 기술적 통합만큼이나 중요하다. 통합의 목적이 비용 절감이 아니라 안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사람 중심의 통합’을 원칙으로 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이번 통합은 한국 항공정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킬 기회다. 항공정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공안전을 떠받치는 토대이며, 국가 항공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분야다. 통합 항공사가 앵커기업 역할을 수행하고 정부·공공기관이 인천공항 정비단지 중심의 클러스터 조성에 참여한다면, 민간 주도의 강력한 MRO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정비 클러스터 조성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은 단순히 두 항공사가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한국 항공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며, 항공기 MRO 분야가 조선·자동차·전투기 MRO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축으로 자리매김할 중요한 순간이다. 이번 통합이 한국 항공정비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나아가 동북아 대표 정비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호진 <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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