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3일 16: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밥캣이 인수하려는 독일 건설장비 회사인 바커노이슨은 2021년 겨울부터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와있었다. 당시 코로나 여파로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연초 16유로 수준이던 회사의 주가가 주당 30유로를 넘나들자 바커 가문과 재무적투자자(FI)들은 회사 매각을 결정하고 현지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현지 연관 업체 등을 통해 인수자를 찾았다. 코로나 직후 미뤄졌던 유럽 내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2023년까지 실적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 이후 이어진 금리인상 여파와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실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커노이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8% 급감한 데 이어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도 같은 기간 대비 5.6% 하락했다. 2023년 약 1억8500만유로였던 순이익도 지난해엔 7000만유로까지 급감했다. 과열됐던 주가도 지난해 말 주당 13유로 수준까지 급락했다.
기대했던 매각 작업도 순조롭지 않았다. 사실상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지만 글로벌 연관 기업들은 물론 현지 경쟁사들도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유럽 소형 건설장비 내 최대 점유율을 지닌 업체인 데다 1848년에 설립된 유서깊은 기업인 점은 메리트였지만, 주요 시장이 독일 및 오스트리아 북유럽 일부 국가에 한정된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두산밥캣 등 경쟁사들이 수시로 유럽시장 진출을 꾀한 점도 변수로 꼽혔다. 여기에 더해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기조가 짙어지면서 인수 후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투입되야 하는 점도 약점이었다.
두산밥캣이 이 회사 인수에 뛰어든 건 지난해 초다. 유일한 인수 후보로 참여해 2년간 장고를 거듭해왔다. 일각에선 두산 측이 장기간 유일한 인수 후보로서의 메리트를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인수 측이 요구하는 가격대인 20억유로는 이날 종가 기준 회사의 시가총액인 17억유로 대비 약 17.6%의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다만 올해 초부터 회사 최대주주가 매각을 추진한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회사의 주가는 올들어 반짝 상승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더해 일부 프리미엄까지 더한 20억유로(3조원)대 베팅을 결정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여러 관전평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과거 무리한 M&A에 대명사였다보니 금융권에서 아직까지 보수적 시각이 짙은 데 그룹이 안정기로 접어들자마자 실트론에 이어 이번 거래까지 대형 베팅을 하는 데 대한 걱정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소형 건설장비 분야 점유율 1위를 굳힌 두산밥캣이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불가피한 '통행료'라는 시각도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북유럽 등 전 세계 35개국 이상에서 직영 판매·서비스 조직과 딜러망을 운영하는 바커노이슨의 브랜드 및 지적재산권(IP)과 판매망을 모두 흡수해 유럽 시장 진출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시간을 벌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 외 시장에서 고전해온 바커노이슨의 약점을 보완해줄 유일한 인수 후보가 두산밥캣이었던만큼 시너지가 뚜렷하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또 하나의 변수는 각 국의 공정거래 심사다.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와는 별개로 각 국의 경쟁 당국과 경쟁 업체들이 두산밥캣이 양 지역에서 '시장 지배력'을 쥐게 되는 점을 들어 이번 M&A에 반대할 가능성이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북미 1위 업체와 유럽 1위 업체가 하나로 통합하면 글로벌 공급망과 딜러망을 통제할 수 있어 자국의 다른 경쟁자의 고객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두산그룹 내부에서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 등 경쟁당국과 유럽 EC는 물론 양사가 판매망을 가지고 있는 전세계 주요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깐깐하게 살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두산 측은 각 사가 강점을 가진 지역군이 다른만큼 당장의 경쟁 제한성이 크지 않은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 유럽 각 국에서 중장비 관련 기업들을 생활 인프라와 연계해 보는 시각이 짙어 해외 매각에 대해 깐깐해진 경향이 있다"며 "특히 중국과 한국 등이 이 시장에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두산밥캣의 성장세를 견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견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두산밥캣은 미국 캐터필러 상대로 미국 연방 텍사스 동부지법(EDTX)과 국제무역위원회(ITC), 유럽 통합 특허법원(UPC), 독일 연방 법원에 총 14개 특허에 대한 소장을 동시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분쟁을 시작했다. 업계에선 경쟁사들과의 시장 점유율을 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허 분쟁으로 번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두산밥캣의 해외 확장에 대해 캐터필러 등 경쟁사들이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준호 / 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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