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5년까지 국내 육상풍력 보급량을 현재의 6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내놨다. 그동안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못해 산업 생태계가 사실상 붕괴 직전까지 밀린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공공입찰과 계획입지를 도입해 ‘판’을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김성환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과 함께 육상풍력 보급 가속화 전담반을 출범하고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국은 풍황(風況)이 좋은 고지대가 많아 잠재력이 크지만, 복잡한 인허가 규제로 수년간 사업이 묶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육상풍력 입지는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국가별로 풍력이 가장 잘 부는 지역(상위 10% 지점)의 평균 풍속을 비교한 결과 영국은 초속 11.6m로 가장 높았다. 미국은 10.5m/s, 중국은 10.1m/s 수준인데, 한국은 7.9m/s 가량이다. 국내에서 바람이 가장 좋은 지역인 태백의 경우 8.8m/s에 이른다.
현재 국내 육상풍력 누적 설비용량은 2기가와트(GW)에 불과하다. 2006년 강원도에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98MW)의 강원풍력이 들어선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매년 0.1GW씩 늘어나는 수준에 머물렀다. 글로벌 육상풍력은 2005년 58GW에서 지난해 1052.3GW로 18배 이상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보급 부진은 발전단가(LCOE)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0년 킬로와트시(kWh)당 154원이던 글로벌 육상풍력 발전단가는 지난해 51.9원까지 떨어졌지만, 국내는 192.5원에서 172.1원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인허가 지연에 따른 간접비 증가와 공사 기간 장기화가 비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205개 육상풍력 프로젝트(총 10.2GW)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개발행위 허가·산지 일시사용·환경영향평가·군 작전성 평가 등 인허가 병목으로 지연된 사업이 절반에 해당하는 98개(5.1GW)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산업 생태계도 크게 흔들렸다. 2010년 10개사에 달했던 육상풍력 터빈 제조사는 현재 1개사로 쪼그라들었다. 2010년 10곳이던 국내 육상풍력 터빈 제조사는 현재 1곳만 남았다. 국내 최초로 풍력설비를 수출했던 삼성중공업은 2015년 LNG선·해양플랜트 등으로 사업을 전환하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6GW, 2035년까지 12GW로 육상풍력 설비용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선 해상풍력에만 적용되던 공공주도형 경쟁입찰제를 육상풍력으로 확대한다. 2030년까지 국산 터빈 300기 보급을 목표로 하는 입찰용량을 제시해 사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육상풍력 전용 전력직접거래(PPA) 중개시장도 신설한다. 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직접 판매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정부와 지자체가 국유림 등 대규모 입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풍황계측·환경영향평가 등 주요 인허가를 사전에 진행해 사업 리스크를 없애는 ‘공공주도 계획입지’ 제도도 시행한다. 2027년 100MW 규모의 시범사업을 먼저 추진한다. 이와 함께 풍황계측기 설치를 생략하고 기상청 풍황 데이터로 대체하는 등 기존 규제도 대폭 정비해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발전단가를 2030년 kWh당 150원 이하로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6MW급 이상 터빈과 날개 없는 소형풍력 등 R&D 지원을 확대하고, 메인베어링·전력변환장치 등 핵심부품 국산화도 추진한다. 국내 생산설비 확충 시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육상풍력 기자재의 국산 비중은 40~45% 수준이며 외산(주로 유럽산)이 55%를 차지한다”며 “생태계를 복원해 국산 비중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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