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탕 선물 가격이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브라질, 인도 등 주산지의 작황 호조 덕분에 글로벌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이 건강을 생각해 당류 섭취를 줄이는 트렌드도 설탕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연중 최고치였던 2월 25일(21.39센트) 대비 30% 하락한 수치다. 설탕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하며 2023년 10월 파운드당 27센트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 국면에 접어들며 현재 전쟁 발발 직전인 2021년 연초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이러한 가격 흐름을 만들었다. 세계 1·2위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과 인도는 올해 작황 호조를 기록했다. 인도는 몬순 기간 강수량이 평년 대비 8% 많아 작황에 유리했다.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UNICA)는 10월 하순 브라질 중남부의 주요 설탕 생산지역의 생산량이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 추산 브라질은 글로벌 생산량의 24%를, 인도는 15%를 차지한다.
국제설탕기구(ISO)는 최근 “주산지인 인도·파키스탄·태국의 설탕 생산 증가에 힘입어 2025·2026 시즌에는 163만톤(t)의 글로벌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전 시즌에 291만6000t의 공급 부족을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2022~2023년 설탕 가격 상승 배경으로 당시 유가 상승이 꼽히기도 한다. 제당소들은 사탕수수를 설탕으로 가공할지 연료용 에탄올로 가공할지 수익성을 따져보고 결정하는데, 최근에는 유가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설탕 가공을 선택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설탕 생산량이 소비량을 추월했다고 진단했다. ISO에 따르면 2025·2026 시즌 세계 설탕 생산량은 전년 대비 3.15% 증가한 1억8177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소비량은 0.6% 증가한 1억8014만t에 그칠 전망이다.
설탕 업계는 구조적인 수요 감소에도 직면했다. 현재 미국 중심으로 판매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내년부터 저가 복제약 출시가 예상된다. 글로벌 보급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세계적으로 설탕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대체 감미료 확산으로 설탕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 식품 전문지 푸드내비게이터는 “이러한 수요 변화가 설탕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브랜드인 백설 하얀설탕 1㎏ 평균 소매 가격은 올해 1월 2611원에서 11월 2591원으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같은 기간 원당 가격이 30% 넘게 떨어졌음에도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설탕값은 변화가 거의 없었단 의미다.
식품사들이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기준가를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 변동성과 환율 상승 등으로 원당값이 떨어져도 가격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양사의 큐원 1㎏ 설탕 가격은 1월 2741원에서 11월 2105원으로 23%가량 떨어졌다. 시장 점유율이 40% 넘는 CJ제일제당이 가격을 내리지 않은 사이 다른 후발 업체들은 가격을 내려 점유율 늘리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한경제/고윤상 기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