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4일 14: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에이플러스에셋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지분 일부를 행동주의펀드에 매각해 경영권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면서다. 재무적 우군으로 주주로 참여했던 사모펀드(PEF)가 결과적으로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플러스에셋 최대주주인 곽근호 회장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공세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얼라인은 지난 18일부터 에이플러스에셋 주식 450만1192주(지분율 기준 19.91%)를 주당 8000원에 공개매수하고 있다.
얼라인이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지분율이 24.9%로 늘어 곽 회장(20.6%)을 제치고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단순 행동주의 캠페인을 넘어 얼라인이 사실상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서자 곽 회장은 대항 공개매수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플러스에셋 경영권을 두고 사실상 분쟁이 벌어지게 된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카이레이크가 등장한다. 에이플러스에셋의 재무적투자자(FI)로 지분 9.78%를 보유 중이던 스카이레이크는 지난 6월 얼라인에 지분 4.99%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해당 지분은 얼라인이 에이플러스에셋을 상대로 공세를 펼치는 데 발판이 됐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에이플러스에셋 특성상 얼라인이 블록딜로 지분을 사들이지 못했다면 지분 확보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주가가 뛰어 자금도 더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스카이레이크가 대주주를 상대로 공세를 펼칠 게 뻔한 행동주의펀드에 지분을 매각한 건 분쟁 유발에 이바지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스카이레이크는 단순히 소수 지분을 투자한 FI를 넘어 최대주주인 곽 회장의 특별관계자로 묶여 있고,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며 에이플러스에셋의 기타비상무이사 2명을 선임할 수 있는 주주 간 계약을 맺어 회사 경영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는 어제의 동지(곽 회장)에게 칼을 겨누는 적(얼라인)에게 지분을 판 것"이라며 "스카이레이크의 임원이자, 에이플러스에셋의 기타비상무이사인 이들은 에이플러스에셋을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스카이레이크는 출자자(LP)에게 최대의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을 뿐 지적받을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스카이레이크가 얼라인에 블록딜로 매각한 가격은 주당 6330원으로 거래가 이뤄진 지난 6월 12일 종가(6080원)보다 4.1% 높다. 올초 에이플레스에셋 주가가 3000~4000원대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카이레이크 입장에선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이 주주로 들어오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을 추진해 에이플러스에셋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행동주의펀드에 지분을 파는 걸 반드시 부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얼라인과 곽 회장 간의 분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누구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양측과 개별 협상을 통해 누군가에게 지분을 넘겨 힘을 실어주진 않겠다는 의미다. 내년 주주총회 전에 잔여 지분을 모두 매각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도 만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PEF의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유발된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JKL파트너스가 대명소노그룹에 티웨이항공 지분을 매각하면서 기존 최대주주였던 예림당과 대명소노그룹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양측의 분쟁은 대명소노가 예림당 지분을 인수하며 종결됐다. JKL의 지분 매각이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이 대명소노로 넘어가는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당시 JKL은 예림당이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포기한 상황인 만큼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인수자의 지분 인수 목적과 상관없이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입장이었다.
소수 지분을 투자한 PEF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지자 앞으로 기업과 PEF 간 주주 간 계약이 더 꼼꼼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행동주의펀드나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곳엔 지분을 팔지 않기로 지분 투자 단계에서 계약을 맺는 식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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