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시장에서 여성 스포츠 예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축구에 이어 야구와 배구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여성 출연진의 모습을 시청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인 결과다. 또한 야구의 높은 인기와 슈퍼스타 김연경의 합류, 그리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는 출연진들의 성장 서사가 더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야구여왕’과 ‘신인감독 김연경’, 그리고 4년째 방송을 이어오고 있는 ‘골때녀’ 등이 여성 스포츠 예능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채널A를 통해 방영 중인 ‘야구여왕’의 티저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가 100만 뷰를 넘어서며 인기몰이를 예고했다. 공식 유튜브 영상 중 입단 테스트 영상 조회수는 일주일 만에 500만 뷰를 넘어섰다. 공식 유튜브 영상들은 업로드 하루 만에 1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다. 현재 넷플릭스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야구여왕’의 인기는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모았던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다. 프로야구에서 여성 관객은 주류가 됐다. 올해 야구장을 찾은 관객 중 여성의 비율은 54.4%로 절반을 넘어섰다. 2025년 KBO 리그 TV 및 OTT(티빙 등) 플랫폼 시청자 분석에서도 20~30대 여성 팬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이들이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후 야구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계는 기존 남성 시청자층과 새롭게 야구 콘텐츠 소비층으로 편입된 여성들을 겨냥해 여성 야구 예능을 내놓은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야구여왕’은 각기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활약한 여성 선수 출신들이 팀을 이뤄 야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여성 야구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5년 전 ‘마녀들’이라는 여자 야구 예능이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1%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넷플릭스 인기차트에 오른 ‘야구여왕’의 인기는 5년 새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김연경의 새로운 도전을 담은 ‘신인감독 김연경’도 인기리에 첫 시즌을 마감했다. 2.2%의 시청률로 시작해 마지막 회는 5.8%를 기록했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여자배구 최고 레전드 김연경이 출연해 감독에 도전한 점, V리그 프로팀에서 방출된 언더독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 인기를 얻었다. 또한 감독 김연경의 한마디 한마디가 시청자들로부터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이하린(25·가명) 씨는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며 “김연경 선수가 감독으로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김연경 선수뿐 아니라 원더독스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야구여왕’, ‘골 때리는 그녀들’과 같은 여성 스포츠 예능의 인기는 전통적인 남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건강이 중시되면서 거친 운동이나 완력을 써서 하는 운동 등 전통적인 남성의 영역에 여자들이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도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 스포츠 예능의 인기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축구와 야구는 수십 년간 남성의 전유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이 분야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전국의 여성 아마추어 풋살 및 축구팀은 1년 만에 27개 팀에서 50개 팀으로 증가했다.
언더독의 반란과 성장 서사는 콘텐츠의 전통적 인기 포인트다. 시청자들은 언더독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재미를 찾는다. 김지연(가명) 씨는 “선수마다 개개인의 사연이 있고 언더독이 도전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감동이었다” 고 시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은희 교수는 “언더독이 성장하고 성공하는 그 과정 자체가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며 여성 스포츠 예능의 인기 원인으로 출연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말했다. 실제 ‘신인감독 김연경’에 출연한 이나연 선수는 프로그램 방영 이후 프로에 진출하며 언더독의 성장을 보여줬다. 여성 스포츠 예능의 확대는 단순한 예능 포맷 변화가 아닌 시대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성 스포츠 예능의 다양화를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연계시키는 분석도 있다. 남성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1302만 명이다. 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수치다. 여성경제활동 인구는 2021년 1219만 명에서 2022년 1255만 명, 2023년 1282만 명으로 늘었고 2024년 13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56.3%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증가와 동시에 여성 기업 수도 늘고 있다. 여성 기업 수는 최근 8년간 연평균 5.2% 증가해 2022년 기준 326만 개다. 전체 기업의 40.5%에 해당한다.
최수진 기자/ 배현의 인턴기자 baehyeonu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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