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3일 18: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계 부동산 자산운용사 케펠자산운용이 서울 종로의 랜드마크 오피스빌딩 ‘이노88타워’(옛 삼환빌딩) 매각에 나선다. 옛 삼환빌딩을 리모델링해 신축급 프라임 오피스로 탈바꿈시킨 데 이어, 창덕궁·창경궁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희소성 높은 입지까지 갖춘 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펠자산운용은 최근 이노88타워 매각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잠재적 원매자들에게 배포했다. 내년 3월까지 매수의향서(LOI)를 접수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매각 자문은 삼정KPMG와 NAI코리아가 맡고 있다.
이노88타워는 서울 종로구 운니동 98의 5에 있다. 1980년 준공 이후 삼환기업 본사 사옥으로 사용되며 종로구 율곡로 일대 도심권역(CBD)의 핵심 오피스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거쳐 2022년 케펠자산운용이 2200억원대에 인수했다. 케펠자산운용은 인수 후 밸류애드 전략을 추진해 건물명을 ‘이노88타워’로 변경하고 올해 6월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이노88타워는 지하 3층~지상 13층, 연면적은 3만9767㎡ 규모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약 8300㎡를 증축하고 일부 층에 테라스를 신설하는 등 외관과 내부 동선을 전면 재구성했다. 단일 층 기준 최대 전용면적이 약 2500㎡에 달하는 ‘라지 플레이트’ 구성을 갖춰 대형 임차인 수요를 겨냥했다.
이 빌딩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과 가깝고, 건물 상층부에서 창덕궁·창경궁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문화재 보호정책 영향으로 인근에 신규 대형 개발이 제한적인 만큼 장기적으로 입지의 희소성과 상징성이 자산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차인 편의시설(어메니티)도 대폭 강화했다. 공유라운지와 카페 등 입주사 전용 커뮤니티 공간을 도입해 업무환경을 개선했으며, 서울 도심권 프라임 오피스와 견줄 만한 임대료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노88타워의 실질임대료(E.NOC)는 3.3㎡당 30만2000원으로, CBD 중심권의 프라임 빌딩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자산 구성은 오피스 비중이 78.7%, 리테일이 21.3%다. 주요 임차인으로 한화토탈에너지스, 뉴발란스코리아 등이 있다. 1층 및 저층부에는 F&B(식음료)와 라이프스타일 리테일 업종을 유치했다.
케펠자산운용은 국내에서 밸류애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외국계 운용사로 꼽힌다. 명동 인근 한국은행 소공별관을 리모델링한 중구 ‘K파이낸스타워’, 호텔을 오피스로 용도변경한 구로구 ‘디큐브시티 오피스2’, 여의도 ‘여의도파이낸스타워’ 등이 대표 사례다. 이노88타워 역시 리모델링을 통해 자산가치를 끌어올린 뒤 엑시트에 나서는 전형적인 밸류애드 거래 구조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CBD 리모델링 오피스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 면에서 자금 부담이 덜하고 고궁 조망권, 신축급 스펙을 모두 갖춘 매물이어서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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