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드론 수만 대를 공급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오테리온의 로렌츠 마이어 최고경영자(CEO·사진)는 3일 “이젠 제조사와 기종에 상관없이 한 명이 드론 여러 대를 조종할 수 있다”며 “자율 군집 드론은 이미 전장의 게임체인저”라고 밝혔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독일과 스위스에 기술 허브를 구축한 오테리온의 핵심 상품은 인공지능(AI) 드론 패키지다. ‘스카이노드 스트라이크 키트’로 불리는 이 소프트웨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마이어 CEO는 “특정 제조사 드론에 오테리온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데 1주일도 안 걸린다”며 “제조사와 정확도를 시험하고, 최종 사용자인 군이 이렇게 통합된 시스템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카메라와 무선 모듈, 미니 컴퓨터 등이 결합된 형태다. 꽂기만 하면 일반 수동 조종 드론을 AI 무기로 전환한다.
드론 운영체제(OS) 분야의 ‘안드로이드’로 불리는 오테리온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전장에서 얻은 데이터로 소프트웨어를 실시간 업데이트한다. 오테리온은 위성항법장치(GPS)가 잡히지 않는 구간에서 자율 드론이 목표물을 추적하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목표를 타격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쟁에서 주파수 교란으로 통신이 작동하지 않아 드론 구동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통신 모듈을 개발했다. 마이어 CEO는 “카메라로 지형을 인식하고 패턴을 분석해 상대 움직임을 계산한다”며 “GPS 신호가 없어도 드론이 방향을 잃지 않고 목표를 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통적인 전차·포병 중심의 교전보다 드론 간 혹은 드론과 방어체계 간 소모전이 주류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드론 방어망이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미 공대공 드론 요격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드론으로 다른 드론을 격추하는 방식이다. AI가 상대 드론의 비행 경로를 분석해 충돌 각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총알과 폭발물을 싣는 대신 드론 자체 운동에너지로 상대 드론을 폭발시킨다.
오테리온은 드론 하드웨어를 따로 제조하지 않는다. 그 대신 여러 제조사가 들어올 수 있는 AI OS가 미래 방산 기술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마이어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로 PC 생태계를 만들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OS를 장악했듯이 드론산업에서도 각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사용하는 개방형 모델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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