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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코스피 5000 말하면서 M&A는 틀어막나

입력 2025-12-03 17:40   수정 2025-12-04 00:18

여당의 ‘소액주주 챙기기’가 거침없다. 경영진에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부과하고, 주주총회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더니, 이번엔 ‘의무 공개매수’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회사를 인수하려면 대개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의 지분만 사면 됐다. 국내 상장사 최대주주의 평균 지분율은 약 30%. 인수 측은 이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시세보다 비싼 값에 사들였다.

그런데 앞으로는 ‘회사를 인수할 때 최대주주 외에 소액주주들의 지분까지 사야 한다’는 게 이 의무 공개매수 제도의 요지다. 언뜻 보면 이상적이다. 소액주주들도 최대주주나 경영진과 동등하게 자기 지분을 웃돈을 주고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여당은 “최대주주에게 과도하게 몰린 특혜를 없애고 기업 매각의 과실을 모든 주주가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보편화한 제도라는 점에서도 명분이 선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 한국에서만 제대로 안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배경과 맥락을 두루 살펴 왜 한국에서는 안됐는지, 그 제도를 도입한 뒤 어떤 문제가 생길지를 검토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의무 공개매수 규모를 100%로 하자는 게 주류다. 이렇게 되면 일단 인수합병(M&A)이 확 줄어든다. 인수 측 입장에선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거금을 들일 가치가 있는 기업, 저평가된 기업, 우량 자산이 많거나 성장성이 높은 기업만 사들이게 된다. 지분을 모두 다 사기 때문에 인수 절차가 끝난 기업은 무조건 상장폐지된다. 결국 우량 기업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된다. 반면 M&A를 통해 새 주인을 만나 자금 수혈을 받거나 사업 구조조정을 모색하려던 비우량 기업들은 그 기회가 줄어든다. 좋은 기업을 장외로 내보내고 문제 기업들은 증시에 남겨두는 꼴이다. 여당이 “코스피지수 5000을 달성하겠다”며 이런 M&A 규제안을 내놓는 건 자가당착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의무공개 매수 물량을 100% 대신 ‘50% 초과’로 바꾸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다. 경영권 지분 25% 이상을 확보한 경우 ‘50%+1주’에 도달할 때까지만 공개매수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그나마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긴 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을 검토해야 한다. 인수 측은 소액주주 지분까지 사들여야 하는 부담 때문에 가격을 낮추려고 할 것이고, 전체 기업가치가 떨어지거나 딜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소액주주들에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M&A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거꾸로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게 국내 증시 레벨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소액주주들이 더 혜택을 누리게 하는 길이다. 상장사들이 좋은 새 주인을 만나거나 신규 투자자를 만나면 그만한 호재가 없다. 소액주주들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따로 챙겨주지 않더라도 주가는 알아서 오른다. 의무 공개매수를 서두를 게 아니라 M&A가 더 활기를 띠도록 금산분리 규제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사모펀드(PEF) 관련 규제를 푸는 게 우선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기업을 인수할 때 소액주주 지분을 같이 사는 관행이 정착된 것은 그만큼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과 대형 PEF, 벤처캐피털들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의무 공개매수 제도가 필요한지는 여러모로 의문이다. 여당은 얼마 전 상법을 개정해 이사들이 주주에 대해 충실 의무를 지도록 했다. 이것만으로 사실상 의무 공개매수를 어느 정도 강제하는 효과가 생긴다.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소액주주들이 소외돼 불만을 터트리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주주 충실 의무’를 지닌 이사회가 기업 매각을 마냥 승인하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소액주주 지분을 어느 정도 사주거나 별도 보상 방안을 내놔야 한다. 미국이 의무 공개매수 제도 없이도 소액주주 지분까지 사들이는 게 보편화한 것은 이런 이사회의 의무 때문이다.

지금 여당의 기업 규제 법안을 내놓는 속도와 강도는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국회의원들끼리 누가 더 세게 발의하는지 경쟁하는 느낌이다. 그 과도한 의욕이 기업의 성장성을 훼손하고 결국 소액주주에게까지 피해를 미치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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