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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위기의 트럼프

입력 2025-12-03 17:37   수정 2025-12-04 00:16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민주당 후보로 미국 대선에 출마한 빌 클린턴은 이 구호를 앞세워 당시 대통령이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퇴진시켰다.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공로도 먹고사는 문제 앞에선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 미국 실업률은 16년 만의 최고치인 7.8%에 달했다.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리거나, 대형 추문이 터지면 지지 기반이 흔들린다.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악재는 경제 불안이다. 실업률이 치솟거나 물가가 많이 오르면 일제히 대통령을 향해 분노의 화살이 쏟아진다.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60%에 육박한 그의 지지율은 이듬해 30%대로 반토막이 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도 심상찮아 보인다. 취임 직후인 올해 2월 47%에 달한 지지율이 지난달 조사에서 36%까지 내려갔다. 지표만 보면 미국 경제는 호황이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이 2%로, 1% 선인 한국의 두 배다. 문제는 물가다.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최근 3%대로 올라섰다. 식료품비, 외식비 등 생활물가 상승폭은 이보다 더 크다. 전망도 어둡다. 관세 부과 전 쟁여둔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만큼 물가 상승세가 한층 더 가팔라질 소지가 다분하다. 전통적 트럼프 지지층인 저소득자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리는 배경이다.

일본 기업 9곳이 상호관세 명목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납부한 세금 전액을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를 미국 대법원이 위법으로 판결할 가능성에 대비한 움직임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리더십 약화가 줄소송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라면 외국 기업이 괘씸죄를 무릅쓰고 소송전에 뛰어들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리한 관세 부과가 물가 상승과 지지율 하락을 불렀으니, 자승자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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