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휩싸인 2021년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한국에서만 이례적으로 채권 금리가 발작하면서 기업 조달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대비 0.019%포인트 오른 연 3.041%,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2%포인트 상승한 연 3.368%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기준으로 연 2.5% 안팎이던 지난 10월 중순 대비 약 0.6%포인트(60bp) 급등했다.
이 같은 국고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은 10월 2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을 전후로 가시화했다. 지난달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도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말하자 시장은 발작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한은 총재의 방향 전환이란 말에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급격히 식으며 시장금리에 발작이 일어났다”며 “환율 급등이 금리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좀처럼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충격을 나타내는 채권 최대손실률(MDD·maximum drawdown)은 이날 -6.8%에 이르렀다. 2021년(-10.5%) 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MDD는 최근 2년간 금리가 가장 낮았을 때 채권을 구매한 투자자가 금리 상승으로 입은 최대 손실폭을 나타내는 수치다. 시중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금리 인하기에 채권 평가이익을 거둔 금융사들은 이번 금리 발작으로 수조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신용등급 AAA), 흥국생명(AA-) 등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을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국채금리 年 3%대로 급등…돈줄 말라붙는 기업들
이번 채권 손실은 한국 시장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12일 외신 인터뷰에서 한 ‘방향 전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이후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는 진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국채 금리 상승은 더 가팔라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금리가 추가로 오르자 증권사들의 국채 매도세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통위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했고, 손실을 줄이려는 증권사의 손절 물량이 다음날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실적을 결산하는 북클로징(장부 마감)으로 수급이 약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환율 상승은 물가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동시에 자극했고,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이 국채 선물을 매도했다. 국채 매도는 환율 하락으로 이어져 금리 상승을 더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 급등은 금융회사의 손실로 3분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3분기 순이익은 거래 수수료 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기 대비 12.6% 감소했다. 대형사의 채권 관련 이익은 전 분기 대비 5018억원, 중소형사는 1255억원 줄었다. 채권 금리가 급등한 4분기에는 평가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은 24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다가 발행 시기를 내년 1분기로 미뤘다.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2100억원어치 회사채는 보유한 현금으로 우선 상환할 예정이다. KCC글라스도 이달로 예정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일정을 내년 1분기로 미뤘다.
회사채 발행 규모를 줄이는 곳도 잇따르고 있다. 금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HDC는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SK온도 1500억원 규모를 계획했으나 1000억원으로 축소해 발행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안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환율과 부동산 불안으로 채권시장에 과도한 매도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최진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1본부장은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와 금융 안정을 위해 내년 하반기 금리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정철/박주연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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