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 스타 사브리나 카펜터(26)가 백악관에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카펜터는 2일(현지시간) 백악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게시된 영상에 자신의 공식 계정으로 댓글을 달며 "이 영상은 사악하고 역겹다"며 "당신들의 비인도적인 의제를 위해 내 음악이나 나를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적었다.
해당 영상에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과 ICE 조끼를 입은 요원들이 누군가를 쫓아 달려가거나 바닥에 제압해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모습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불법 이민자 단속 현장을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에는 카펜터의 히트곡으로 꼽히는 '주노'(Juno)가 삽입됐다.
카펜터는 지난 2월 그래미어워드에서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최우수 팝 보컬 앨범 등 2관왕에 오를 만큼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팝 가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주노'는 지난해 8월 발매돼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른 정규 6집 '쇼트 앤 스위트'('Short n' Sweet')의 수록곡이다. 1980년대 디스코풍의 인디 팝 장르로, 경쾌하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함께 사브리나 카펜터 특유의 재치 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트랙으로 꼽힌다. 직설적이면서도 영리한 '풀악셀 플러팅' 가사로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며, 2024년 12월 5번째 싱글로 정식 발매되며 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카펜터의 댓글에 대한 논평 요청에 해당 노래가 수록된 카펜터의 앨범 제목 '쇼트 엔' 스위트'를 반어적으로 인용해 "사브리나 카펜터에게 짧고 달콤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위험한 범죄자, 불법 체류자, 살인자, 강간범, 소아성애자를 우리나라에서 추방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병든 괴물들을 옹호하는 사람은 누구든 멍청한 것이 아닐까?"라고 맞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수들이나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노래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백악관은 가벼운 톤의 소셜 미디어 홍보 영상에 여러 팝스타의 노래를 써 왔다.
폴리티코는 "카펜터가 트럼프가 자신의 음악 사용을 규탄한 가장 최근의 연예인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가수 비욘세가 트럼프 선거 캠프가 자신의 노래 '프리덤'을 사용하자 법적 소송을 하겠다며 문제를 삼았다. 이 노래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로고송'이 됐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밴드인 아바('ABBA'), 록 밴드 푸 파이터스, 싱어송라이터 케니 로긴스 등도 과거 트럼프에 자신의 음악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던 가수들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 이후 태도를 바꾼 가수들도 있다. 그룹 빌리지 피플은 2020년 트럼프가 유세장에서 처음 자신들의 노래인 'Y.M.C.A.'를 틀었을 때만 하더라도 불편해 했고, 트럼프 1기 후반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하고, 트럼프가 군사 동원 방침을 밝히자 "더 이상 우리의 노래를 사용하지 말라"고도 했었다.
하지만 2023년 12월 원년 멤버 빅터 윌리스는 "당선인이 진정으로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노래 사용을 계속 허용하기로 했다"며 태도를 바꿨고, 지난해 말 빌보드 댄스·일렉트로닉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트럼프의 재부상과 함께 역주행하기도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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