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감에 최근 1년 내 가장 높은 주가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CJ대한통운은 직전일 대비 8.46% 오른 10만13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회원 이탈이 생길 경우 네이버, G마켓, 컬리 등 이커머스 경쟁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체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는 쿠팡과 달리 이들 이커머스 업체들은 CJ대한통운 등과 계약을 맺고 배송을 진행한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개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정보 등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소비자들은 회원 탈퇴와 집단 소송 움직임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29, 30일 양일간 쿠팡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네이버 카페만 약 10개 이상이 개설됐다. 이 중 '쿠팡 집단소송'이란 제목의 카페 가입자 수는 이날 오전 6시 현재 40만명을 넘어섰다.
이날 쿠팡 주가는 개인정보 유출 발표 전 임원들의 주식 매도에 금융당국이 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하루 만에 소폭 반락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해외체류를 사유로 국회 현안질의에 불참한 김범석 의장에 대한 고발 검토까지 진행하고 있다.
실적 기대감도 주가를 뒷받침 하고 있는 요인이다. CJ대한통운은 올 상반기까지 초기 투자 비용 등으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3분기 들어 '주7일 배송' 효과가 본격화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배송 서비스 차별화에 따른 시장점유율 상승과 물류 자동화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한 원가 구조 개선 덕분에 3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 7일 배송 서비스 효과도 본격화되고 있다"며 "4분기 택배 물량은 추석 연휴 영향에도 5% 증가할 전망"이라며 "2026년에는 택배 물량과 판가가 5년 만에 동반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관세 인상 영향으로 주춤했던 글로벌 부문도 향후 개선 가능성이 크다. CJ대한통운은 직접적인 관세 영향 대신 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 물동량 감소의 영향을 받는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사업부는 컨테이너 운임 하락에 따른 포워딩 매출 감소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미국 법인 신설 물류센터 확충으로 인한 외형 성장이 내년부터 가시화되면서 영업이익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쿠팡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켓배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등 쿠팡의 독자적인 서비스가 대체되기 쉽지 않아 회원 이탈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야간·새벽배송 금지' 논의가 시작된 것은 실적에 위험 요인이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국토교통부·택배업계·노동계가 모인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첫 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심야 근로를 없애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막자는 취지다.
새벽배송 이용자 규모는 현재 약 2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CJ대한통운은 올 들어 '주 7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