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가 애플의 핵심 디자인 책임자를 영입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소비자 기기 시장을 키우려는 메타의 전략과 맞물려 실리콘밸리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반면 애플은 조니 아이브 퇴사 이후 이어져 온 디자인 조직의 인재 유출이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메타가 애플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 총괄을 맡아온 앨런 다이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다이는 오는 12월 31일부터 메타의 새로운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끌며 △하드웨어 디자인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AI 통합 디자인을 총괄하는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메타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앤드루 보스워스가 이끄는 리얼리티 랩스에 속하게 된다. 이 조직은 스마트글라스, AR·VR 기기 등 메타의 차세대 하드웨어를 담당한다.
메타는 다이 합류에 맞춰 조직 개편도 진행한다. 애플 디자인팀에서 활동해온 빌리 소렌티노가 함께 이직하며, 메타의 기존 디자인 리더들(조슈아 토·제이슨 루빈·피터 브리스톨)은 모두 다이에게 보고하는 체계로 바뀐다.
애플은 다이의 퇴사를 인정하고 후임으로 스티븐 르메이를 임명했다. 팀 쿡 CEO는 성명을 통해 “스티브 르메이는 1999년 이후 애플의 모든 주요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핵심적으로 참여해온 인물”이라며 “그는 애플의 협업·창의성 문화를 구현해온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밝혔다.
애플은 아이브 퇴사 이후 디자인 핵심 인력 이탈이 이어져 왔다. 다이는 아이브 퇴사 후 운영체제 디자인 재정비, 아이폰X UI 설계, 애플 워치 인터페이스, 비전 프로의 UI와 같은 주요 작업을 총괄하며 애플 디자인 철학을 사실상 이끌어온 인물이다.
블룸버그는 다이의 퇴사가 애플 조직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주간 △장기 COO 제프 윌리엄스 △AI 총괄 존 지안난드레아가 잇따라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에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총괄 댄 리치오도 은퇴했다.
이번 영입은 메타가 AI 기능이 탑재된 하드웨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는 메타 기기의 인터페이스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가 담당할 영역은 △스마트 글래스 △메타 퀘스트·VR 기기 △차세대 AI 디바이스 등으로, 메타의 ‘AI 하드웨어 원년’을 열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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