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정부세종청사 전면 재배치에 들어간다.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부처별 사무공간을 한 건물에 모아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예산처와 기후부 에너지실 등 신설·개편 부처 이동이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세종청사 공무원 사이에선 “또 이사 준비해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내년 1월 2일 출범하는 기획예산처는 해수부가 사용하던 세종청사 5동으로 들어간다. 기획재정부 예산·기획 부서가 위치한 중앙동과 맞붙어 있어 재정·예산 협의와 민원인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새 부처 출범 시점에 맞추기 위해 약 3개월 동안은 현 사무실과 외부 임차 사무실을 병행해 사용한 뒤, 사무실 조성이 끝나는 대로 정식 입주한다.
산업통상부 청사인 13동에 있던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실은 6동으로 옮긴다. 현재 기후부의 주 청사가 6동에 몰려 있는 만큼, 앞으로는 같은 건물 안에서 기후·환경·에너지 정책을 한꺼번에 조정하는 구조가 된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차관급 격상에 맞춰 세종시 반곡동 외부 건물에서 11동으로 들어온다. 이 여파로 11동에 있던 중앙노동위원회는 4동으로 자리를 옮긴다.
농림축산식품부 일부 부서는 4동에서 5동으로 이동하고,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11동에서 13동으로 옮긴다. 그동안 공간을 나눠 쓰던 조직과 기능을 각 부처가 주로 사용하는 건물에 묶어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세부 일정은 이미 대략 윤곽이 나왔다. 이달 해수부 본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뒤 2026년 3월 기획예산처가 중앙동에서 5동으로, 같은 해 4월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6동에서 중앙동으로, 5월에는 기후부 에너지실이 13동에서 6동으로 옮긴다. 이 밖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의 11동 입주(6월 예정) 등 크고 작은 이동이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내년까지 ‘이삿짐 행렬’을 치러야 하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이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지난 몇 년 동안 조직 개편과 인력 증감 때마다 자리 배치가 계속 바뀌었다”며 “업무 효율을 위해서라지만 책상 위치가 바뀔 때마다 서류 정리, 회의실 재배정, 시스템 전산 정보 수정까지 업무가 한꺼번에 꼬인다”고 토로했다.
다른 국장급 공무원도 “부처마다 사무실이 2~3개 동에 흩어져 있던 문제를 해결하겠다니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사를 준비하는 몇 달 동안은 사실상 ‘반쪽짜리 사무실’ 상태로 일해야 한다”며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반복되는 공간 조정이 현장에선 피로 누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세종청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정권이 바뀌거나 조직 개편이 있을 때마다 청사 배치까지 뒤흔드는 바람에 ‘정책보다 이사가 더 바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특히 해수부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서울·세종 생활을 전제로 채용되거나 발령받았던 직원들이 갑작스러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해수부 출신 직원은 “부산 이전이 확정된 뒤로 가족과 함께 이사를 갈지, 주말 부부를 할지 결정 못하고 있는 직원이 많다”며 “근무 여건과 생활 기반 변화에 대한 세밀한 지원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부처별 대이동’이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해수부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확실한 당근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종을 떠나 부산으로 가는 불편을 감수하고도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확실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며 "일정 기간 수당을 주거나, 숙소를 미리 마련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더라도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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