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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캄캄한 피트에서 무대 위로...김문정 "이제 듣는 뮤덕들을 위하여"

입력 2025-12-05 12:11   수정 2025-12-05 12:12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관객의 수준도 놀랍도록 높아졌습니다. 예전에는 '누가 나오느냐’, '어떤 작품이냐'가 전부였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음악을 하느냐', '어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느냐'를 따져 묻는 시대가 왔습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이러한 변화를 뮤지컬 시장이 성장했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읽었다. 무대 아래 어두운 피트(Pit·오케스트라 연주석)에서 극을 받치던 연주자들이 이제 무대 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The M.C 오케스트라'가 오는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기념 콘서트를 연다.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김 감독은 "배우의 배경음악이 아닌,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소리 그 자체를 즐기러 오는 관객들에게 보답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공연은 42인조 오케스트라로 편성, 20명의 어린이 합창단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김 감독이 이끌어온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의 20년은 한국 뮤지컬 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민간 오케스트라가 20년을 버텼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1995년 무렵 1년에 한두 편 올라오던 뮤지컬이 이제는 한 해 200편 넘게 올라갑니다. 상전벽해죠. 시장이 커지면서 '뮤지컬 전문 연주자'라는 확고한 직업군이 생긴 것이 가장 뿌듯해요."

그는 "초창기엔 클래식 전공자들이 잠시 거쳐가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단원들이 이 일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며 인생을 설계한다"며 "그만큼 시장이 단단해졌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상주 단원 제도가 아님에도 100여 명의 연주자 풀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 15명 정도는 고정 단원이고 20년 이상 함께 호흡을 맞췄다.

오케스트라의 생존 비결은 ‘유연함’이다. 클래식의 문법에 갇히지 않고 전자 악기를 섞거나, 플루트로 국악기 주법을 구사하는 등 장르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점을 가졌다. 이는 한국 뮤지컬 특유의 '속도전'이 만들어낸 경쟁력이기도 하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한 작품이 오픈하면 수십 년간 롱런(Long-run)하지만, 한국은 길면 1년, 짧으면 2~3개월 만에 작품이 교체되는 '로테이션 시스템'이에요. 덕분에 저와 단원들은 쉴 새 없이 새로운 장르와 악보를 흡수해야 했죠. 제가 지휘한 작품 수만 50편이 넘는데, 해외 창작진들이 오면 '그 많은 악보가 어떻게 머릿속에 다 있냐'며 혀를 내두릅니다. (웃음)"



이번 공연은 김 감독의 지휘봉을 거쳐 간 한국 뮤지컬의 연대기다. 그는 "단순한 인기곡 나열이 아닌, 우리 오케스트라의 서사가 담긴 곡들로 20년의 흐름을 짰다"고 설명했다.

'과거' 레퍼토리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초연 당시 김선영 배우의 노래를 13년만에 들을 수 있다. '에비타'도 초연 당시 곡, '레미제라블'의 초연시 박지현 배우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공연 중인 '데스노트'를 대편성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웅장함을 더했다.

하이라이트는 '미래'다. 내년 한국 상륙 예정인 디즈니 뮤지컬 '겨울왕국(프로즌)'과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수록곡을 연주한다. 김 감독이 준비 중인 창작 뮤지컬 '몽류도원'의 곡들도 이날 최초 공개된다.

이 공연은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에 집중했다. 김 감독이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은 이는 원로 배우 김영옥이다. 2022년 예능 '뜨거운 싱어즈'에서 맺은 인연이다.

"80년 연기 인생 동안 타인의 삶을 대변해 온 분입니다. 고음이나 기교는 없지만, '음악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모셨어요. 리허설에서 '가사를 잊으면 어쩌나' 하며 아이처럼 걱정하시던 선생님의 순수한 떨림이 관객에게 묵직한 감동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또 대중에게 익숙한 정상급 스타들도 깜짝 등장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팬덤이 공연의 본질을 흐릴까 우려해 비공개 출연을 자청했다고 했다.

관객이 객석을 벗어나 무대 위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된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관객 두 명에게 42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반주에 맞춰 노래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 감독은 "일반인이 주는 날것의 신선한 감동은 프로의 무대와는 또 다른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감독에게 이번 공연은 해방이자 관객과의 대화다. 어두운 피트 속에서 배우의 호흡만 좇던 연주자들이 비로소 관객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특별한 시간에 의미를 둔다.

"뮤지컬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가사뿐만 아니라 숨소리, 비명까지 모든 소리가 곧 이야기죠. 피트 아래서는 관객의 박수 소리만 들리지만, 콘서트장에서는 내 지휘에 반응하는 관객의 눈빛과 표정이 보입니다. 관객과 만나는 그 짜릿한 순간이 우리 연주자들에게는 최고의 재충전이죠.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 그 대화를 이끌어보려 합니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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