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제 ‘성지’로 불리는 일부 병원에서 제품 확인 절차 없이 1분 진료 후 곧바로 약품을 건네는 이른바 ‘자판기식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용량 제품을 구매한 환자가 실제로는 고용량 주사를 투약한 뒤 부작용을 겪고서야 투약 오류를 알게 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약 오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해당 병원은 ‘빠른 처방·저렴한 가격’으로 비만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수십 명이 줄을 설 정도로 붐빈다. 환자가 의사와 약 1분간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 직원이 즉시 은색 보냉백에 담긴 약이 제공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품 및 용량을 직접 확인해주는 절차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기자가 지난 3일 직접 병원을 찾았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투약 오류 사고가 발생한 이후임에도, 진료실 문을 나선 환자에게 안내 데스크 직원이 이미 포장된 보냉백을 그대로 건네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병원에서 나오는 환자 B씨는 “용량을 설명해주거나 직접 확인시켜주는 절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사 놓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아 종이 안내서만 보고 참고했다”고 말했다. 환자 C씨도 “보냉백에 담겨 있으니 당연히 맞는 약이겠거니 하고 그냥 받았다”며 “그 자리에서 뜯어서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고 했다.
부작용이 걱정됐던 D씨는 당초 최소 두세 달은 2.5㎎의 저용량 제품을 맞고 단계적으로 약 용량을 늘릴 계획이었다. 이에 D씨는 비대면 진료 앱(어플리케이션)을 통해 5㎞ 떨어진 약국에 2.5㎎ 재고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다시 병원을 방문한 끝에 처방을 변경했다. “저용량 제품이 인근 약국에 없어 의사가 5㎎으로 처방한 것 같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유해 우려 품목 통보’ 대상에 포함하면서 해외 구매·반입이 사실상 차단됐다. 그간 국내보다 저렴하고 재고도 안정적이어서 해외 제품을 구매해오던 환자들이 국내 병원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의료전문변호사는 “환자가 처방과 다른 고용량 의약품을 전달받아 투약했고 이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형법 제268조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최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의사가 의료적 판단에 따라 고용량 제품을 의도적으로 처방한 것 자체만으로는 의료법 위반이나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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