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5일 13: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치솟으며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자, 내년 외화 조달 수요가 정부와 공기업·은행 등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외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한도를 크게 늘린데 이어, 공기업·금융기관들의 외화채 발행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다음 달 30억 달러 규모의 내년 첫 외화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HSBC를 비롯해 씨티그룹글로발마켓, 모간스탠리 등이 대표 주관사를 맡고,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주관사 자격을 맡았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월 30억 달러의 외화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올해 수출입은행(30억달러), LG에너지솔루션(20억달러), SK하이닉스(10억달러), 한국전력공사(4억달러) 등이 외화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국제금융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외화채 발행 비중은 국책은행 37%, 공기업 25%, 민간기업 15%, 시중은행 13% 등 순이다.
환율을 방어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전방위적이다. 2026년도 예산안에서 14억달러로 제시됐던 내년 외평채 발행 한도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50억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하면 외화 유입을 통해 환율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기업과 은행 등이 발행하는 외화채도 같은 효과를 낸다.
한국은행도 지난 6월 국내 증권사, 보험사 등에 김치본드(국내발행 외화채무븡권) 투자 규제를 완화해 투자 문턱을 낮췄다. 국내에 있는 달러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국내 외화 투자처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다만 국내에서 투자할 만한 외화 자산이 충분치 않아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외평채·외화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국내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전통적으로 JP모건·모건스탠리·씨티글로벌마켓 등 글로벌 IB가 외화채 주관을 대부분 맡아왔지만, 최근에는 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대형사들이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대표주관보다는 공동주관 업무를 중심으로 외화채 딜 참여를 점차 늘리고 있다. 이 중 KB증권은 외화채 전담 조직을 꾸리며 관련 업무 확대에 나섰다.

다만 최근 통화스왑 금리(CRS·Currency Rate Swap)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외화채 발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외화채 발행사는 달러로 조달한 자금을 CRS를 통해 원화 고정금리로 갚는데, CRS 금리가 높아지면 부담해야 할 원화 조달금리도 함께 상승해 총조달비용이 늘어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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