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물가’와 ‘가격’ 간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 물가지수 상승률이 실제 가격 변화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품목이 있는가 하면, 물가는 내린 것으로 집계되는데 가격은 오른 품목도 있다. 정부 정책에 활용되는 물가지수와 소비자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격이 따로 움직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11월 소비자 물가동향’에서 사과의 물가지수는 160.73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달(132.84)보다 21% 상승한 수치다. 국가데이터처는 ‘주요 등락 품목’으로 사과를 제시하면서 “지난 10월 잦은 강우로 사과 착색이 늦어져 출하가 지연됐고, 지난해 사과 물가 지수가 낮아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농업계에선 “사과 가격이 작년보다 비싼 것은 맞지만, 그 정도로 오르진 않았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올 11월 사과(후지·상품) 10개당 소매가격은 2만6549원으로, 전년 동월(2만4730원) 대비 7.4% 올랐다.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이다.

물가와 가격이 따로 노는 품목은 사과뿐만이 아니다. 귤의 경우 지난달 물가지수가 26.5% 상승했지만, aT 기준으로는 감귤(M과) 10개당 3813원에서 3774원으로 오히려 가격이 내려갔다. 배는 물가지수가 4.6% 떨어졌지만, aT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만3694원(신고·10개)에서 올해 11월엔 2만5864원으로 무려 23% 하락했다.
물가지수 상승률보다 실제 가격이 더 크게 오른 품목도 적지 않다. 망고는 물가 기준 8.8% 올랐지만, 가격은 14.5% 올랐다. 무의 경우 물가지수 상으로는 28.1% 하락했는데, 가격은 22% 떨어져 하락 폭에 차이가 있었다. 물가지수는 떨어졌는데 가격은 오른 품목도 있다. 열무의 경우 물가지수는 6.9% 떨어졌지만 소매가격은 오히려 12.8% 상승했다.
물가와 가격에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국가데이터처는 소비자물가를 조사할 때 조사처나 조사 대상의 상품 규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조사 기준이 알려지면 의도적으로 제품 가격에 영향을 끼쳐 통계가 왜곡될 수 있어서다. 다만 가격 조사 요령은 aT와 국가데이터처 모두 같다. 다수의 소비자가 할인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경우엔 할인가를 적용하고, 제한된 소비자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국가데이터처가 물가를 조사하는 시점에 조사처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변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aT KAMIS는 총 40여명의 조사직원이 전국 전통시장(15개 지역 17개소)과 대형 유통업체(22개 지역 36개소)를 매일 직접 방문해 가격을 조사한다. 이 일일 가격표를 바탕으로 월간 가격을 산출한다. 반면 국가데이터처는 농·축·수산물의 경우 열흘에 한 번씩 한 달에 총 세 번 가격을 조사한다. 농산물은 날마다 날씨와 상황 따라 가격이 출렁이기 때문에 조사 빈도나 시점이 물가지수 산출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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