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베이징 최대 상권인 궈마오. 다국적 기업과 금융사가 들어선 중심업무지구(CBD)지만 건물 곳곳이 비어 있었다. 오피스 빌딩을 주로 중개하는 베이징의 부동산사무소 대표인 중국인 볜모씨는 “올 들어 임대료가 최대 30%까지 하락한 사무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전만 해도 3.3㎡당 1254~1287위안(약 26만8000원)이던 궈마오 일대 사무실 월 임대료는 현재 693~726위안까지 떨어졌다.
중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베이징마저 공실률 증가와 임대료 급락에 허덕이고 있다. 5일 베이징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궈마오 포천파이낸셜센터에 입주해 있던 미국 로펌 클리어리고틀리브는 최근 궈마오에 있던 사무실을 폐쇄하고 홍콩 사무소로 업무를 통폐합했다. 이 로펌이 쓰던 베이징 사무실은 현재 비어 있다.
인근 복합몰인 파크뷰그린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롤렉스 등 고급 브랜드 매장이 줄줄이 이탈하고 공실이 늘어나자 건물을 소유한 홍콩 파크뷰그룹은 지난해 말 자산 매각에 나섰다.
부동산 정보 업체 커얼루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10%대이던 베이징 오피스 공실률은 올 들어 20%선까지 치솟았다. 특히 고급 오피스 시장의 타격이 크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은 “올 들어 베이징 고급 오피스 시장의 임대료가 최소 18~20%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중국 부동산사무소 관계자는 “리쩌금융비즈니스구, 왕징, 주셴차오 지역 공실률은 30%를 웃도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기술 기업이 몰려 있는 선전은 더 심각하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선전의 고급 오피스 공실률은 30%가 넘는다. 경기 부진으로 고급 오피스 수요가 줄어든 데다 텐센트 등 대기업은 직접 사무용 건물을 짓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하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상하이 오피스 빌딩의 총 시장 가치가 2019년 고점 대비 최소 40% 급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에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있다. 성장이 둔화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데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다국적 기업이 늘고 있는 게 주요인이다. 베이징은 여기에 ‘비핵심 기능 해소’ 정책까지 겹쳤다. 중국 정부가 수도 기능 정비를 명분으로 국유 대기업 본사 상당수를 베이징에서 고속철로 1시간 거리인 허베이성 슝안신구로 이전하면서 공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공급 압력은 쉽게 줄지 않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베이징 고급 오피스 시장에 2026~2028년 약 180만㎡ 사무실이 신규 공급될 것으로 분석했다. 호황기에 계획된 오피스 공급이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이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급락하면 부동산 개발사는 물론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까지 위기에 빠지는 구조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대도시에서 오피스·쇼핑몰이 담보가치 하락과 채무 상환 실패로 강제 매각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선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완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완커는 최근 대형 은행에서 대출 지원을 거절당했다. 베이징의 부동산 분야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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