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은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사법 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우리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법 제도는 국민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한 번 제도가 바뀌면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오랜 세월 지속된다”며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법개혁 과정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관들에 대한 당부도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무겁다”며 “이런 때일수록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묵묵히 수행해내는 것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이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 등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는 법안들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혐의 사건을 전담하는 1·2심 재판부를 설치하고, 재판 과정에서 부당하게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해 법을 그릇되게 적용한 판사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 정지 등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두 법안은 지난 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이달 본회의 처리 절차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사법부에선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행정처 관계자는 이날 회의와 관련해 “대법관 증원부터 12건에 달하는 사법개혁 이슈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오는 8일에는 전국 법관 대표들이 한데 모이는 정기회의도 예정돼 있어 사법부 차원에서 조직적인 반대 메시지나 입법 저지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은 이날도 사법부 압박을 이어갔다. 대법원이 내란에 가담한 혐의에 대해 ‘추가 종합 특검’에서 밝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전현희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계엄이 합법일 때를 가정해 어떻게 협조할지 대법원에서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사실이라면 내란 동조”라며 특검 수사 대상에 올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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