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군사 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하고 있다”며 “크나 작으나 비리는 비리니까 그런 것을 잘 체크하라”고 방위사업청장에게 5일 지시했다.방산 비리 척결을 강조하며 한 발언이지만,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업계에서는 과거 기밀 유출로 유죄를 받은 HD현대중공업 대신 한화오션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에서 연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 이용철 방사청장에게 “국방부 개혁 과제 중에 처우 개선, 방산 비리 척결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타운홀미팅의 한 참석자가 특전사 부대에 적합하지 않은 총기 도입 등 방산·군수 비리를 근절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설계 등을 유출한 혐의로 2022~2023년 유죄 판결을 받고 보안 감점(1.8점)을 받은 적이 있다. 방사청은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선도함 건조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을 오는 18일 정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관행대로 선도함을 수의 계약하자는 입장이고, 한화오션은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사업이 2년 이상 표류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화오션 쪽에 무게추가 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다른 여러 주제와 관련한 발언도 쏟아냈다. 수도권 집값 상승에 대해서는 “제가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 편인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 그쪽으로 몰려드는데, 어차피 땅은 제한돼 있고 사람은 몰려든다”며 “결국 그 문제도 구조적 요인이라 있는 지혜, 없는 지혜 다 짜내고 주변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내놨지만 계속 상승하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답답한 심정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자신의 지역균형 발전 전략인 ‘5극 3특’ 체제를 거론한 뒤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지만,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다”며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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