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자”고 당 지도부에 공개 촉구했다. 장동혁 당 대표가 사과를 하지 않자 일부 초·재선 의원이 계엄 1년을 맞아 별도의 사과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옛 친윤계 중진까지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사과 여부를 두고 당내 이견이 빗발치면서 장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해 “국정 마비가 계엄 원인이라는 얘기는 더는 하면 안 된다. 이런 논리로 계엄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이 회의는 이재명 정권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윤 의원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니 우리가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을 벗어던지고 그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몇 달간 ‘배신자’ 소리 들어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도부 공개 비판을 자제해 왔다. 장 대표는 당초 취임 이후 올해까지를 ‘지지층의 시간’이라고 규정하고, 연말까지 집토끼 민심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외연 확장을 하려면 코어 지지층을 단단하게 확보해 놓는 게 우선순위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가 정치 활동 기간이 비교적 짧은 만큼 선거 전 어느 정도의 팬덤을 우선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3일 장 대표가 공식 사과를 거부한 것을 계기로 보수적인 영남·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잇따르는 모양새다. 재선 모임인 ‘대안과 책임’ 소속 권영진 의원도 이날 “군중과 멀어지면 지지 기반이 붕괴한다는 것은 착각인데, 그런 부분에 장 대표가 포로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옛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SNS에 “(당시)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이(계엄)를 막지 못한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사과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한 중진 의원은 “정권을 빼앗기고 소수 야당이 된 상황에서 지선까지 참패하면 끝이라는 당내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장 대표도 의견 청취에 나섰다. 그는 이날 4선 이상 중진 5명을 직접 만난 데 이어 다음주 오찬을 모두 취소하고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정소람/이슬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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