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스타항공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재무 상태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당장 운영 자금이 없어 3년째 항공기를 한 대도 띄우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망설일 때 VIG파트너스는 확신이 있었다. 국내 항공업 자체의 성장성을 높게 봤다.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주요 노선과 인력 풀도 탄탄했다.
VIG는 인수 실사 단계부터 이스타항공의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을 위한 사전 작업을 동시에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의 AOC는 3년여 전 효력이 중단된 상태였다. AOC 재발급에 실패하면 VIG는 비행기도 띄울 수 없는 항공사를 사게 되는 꼴이었다. VIG는 AOC 재발급을 위해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숫자로 얘기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과거 실적과 경쟁사 실적 추이를 기반으로 노선별로 월별, 분기별, 연도별 목표 실적 계획을 꼼꼼하게 제시했다. 회사 영업 상황에 따라 VIG가 증자 등 추가적인 재무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VIG에서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 실무를 책임진 배종현 상무는 “단기 차익을 노리고 빠져나갈 투자자가 아니라 회사를 확실하게 정상화할 ‘진짜’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VIG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한 지 한 달여 만에 AOC 재발급에 성공했다. 이스타항공이 AOC 재발급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준비해 제출한 서류만 사과 상자로 두 상자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그다음 숙제는 항공기 확보였다. 당시 이스타항공이 소유한 항공기는 세 대뿐이었다. 주요 노선을 운영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VIG 실무팀은 항공기 리스사들의 본사가 있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곧장 날아갔다. 더블린에서 열리는 항공기 리스사 콘퍼런스에 참여해 하루에 열 곳이 넘는 업체를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VIG가 신규 자금을 넣고, 경영을 맡으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숫자로 설득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 기반을 마련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뒤 보복 여행 수요를 타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수 직후 세 대뿐이던 항공기는 지난해 말 15대, 올해 말 20대를 넘어 내년 24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4612억원으로 전년(1412억원) 대비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6200억원, 내년 매출은 8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부터 6년간 이어진 영업적자 늪에서 올해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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