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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은 혁신의 시작점…한국 클래식, 제2의 백남준 나와야"

입력 2025-12-08 09:40   수정 2025-12-0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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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의 연주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입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비르투오소(명연주자)가 아니라, 비디오 아트로 예술의 정의를 바꿨던 백남준 같은 혁신가(Innovator)예요."

피터 폴 카인라드 세계국제콩쿠르연맹(WFIMC) 회장은 한국 클래식의 과제를 '혁신'으로 정의했다. 그는 지난 5~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비욘드 더 스테이지 2025'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 6월 중국 하얼빈 총회에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 위원장과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

세계 120여 개 주요 콩쿠르를 관장하는 WFIMC가 특정 국가의 공공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행사를 공동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이번 포럼에서 콩쿠르 입상 이후의 커리어를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임윤찬은 혁신의 시작, 제2의 백남준 나와야"

카인라드 회장은 최근 콩쿠르계의 흐름을 '다양성의 부상'으로 요약했다. 그는 지난 10월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예로 들며 "우승자뿐만 아니라 입상권 밖의 연주자들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줬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우리는 이미 누가 1등인가보다 '얼마나 고유한 목소리를 내는가'가 중요한 새로운 챕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백남준 같은 혁신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왜 클래식 음악계에는 아직 백남준 같은 인물이 없는가? 클래식 음악의 해석 영역에서도 그런 혁신가가 나올 공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카인라드 회장은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임윤찬에 대해 "그런 혁신가의 자질을 보여주는 연주자"라며 "이제 막 시작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해석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임윤찬이 상업적으로 과도하게 소모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적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보호받는 것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고기 대신 낚시법" 이고르 레비트와 올라프손

콩쿠르를 넘어 개별 아티스트의 생존을 위한 브랜딩과 정책 지원의 방향도 바뀌는 중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과거의 지원이 콩쿠르 참가를 돕는 '물고기 주기'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도록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연습실 밖의 네트워킹, 마케팅, 청중과의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카인라드 회장도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와 비킹구르 올라프손을 예로 들었다. 그는 "현대의 기획자들은 아티스트의 홈페이지를 검색하고, 그들이 구축한 서사부터 본다"며 "레비트는 활발한 사회적 발언을 하는 예술가로 무대 밖에서 더 유명하다. 올라프손은 글렌 굴드의 빈자리를 지적인 큐레이션으로 채우며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됐다"고 분석했다. 연주 실력은 물론 자신의 정체성과 서사가 미래 음악가의 생존 전략이라는 의미다.

인간 지성의 최후의 보루, 피아니스트의 뇌

현대음악 전문 단체 '클랑포룸 빈'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카인라드 회장은 기술 발전 속에서 예술가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클래식 음악이 갖는 가치를 '아날로그적 지성'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기계가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시대에, 복잡한 5성 푸가(Fugue)를 암보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뇌는 인간 지성을 지키는 보호구역과 같다"며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뇌를 극한으로 활용하는 음악가들의 존재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현대음악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익숙한 음악에서 벗어나 경험해보지 못한 소리를 듣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콩쿠르는 노벨상이 아냐"

인터뷰 말미, 두 사람은 미래 예술가들을 향해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카인라드 회장은 "많은 젊은 연주자가 콩쿠르 우승을 '음악계의 노벨상'처럼 여기며 인생을 걸지만, 과학자가 노벨상을 못 받았다고 실패한 인생인가?"라고 반문하며 "그것은 수천 가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병국 위원장 또한 "성적에 매몰되지 않고 과정을 즐기는 예술가만이 롱런할 수 있다"며 "세계 무대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연결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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