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간첩법은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국’을 사실상 북한으로 한정해 적용해 왔기 때문에, 북한 이외의 외국으로 국가 기밀을 유출하더라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98조 2항을 신설해 ‘적국’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외국 등의 지령·사주·의사 연락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 같은 법적 공백은 실제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지난해 6월 중국인 유학생 3명은 해군작전사령부와 미 항공모함 등을 드론으로 촬영해 중국 소셜미디어에 유포했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군 기지를 촬영·유포했지만,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인 북한을 위한 행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러한 공백이 해소되고, 내부 기밀 유출뿐 아니라 사이버 해킹 등 정보 수집 행위 자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국가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산업 스파이는 산업기술보호법을 통해 처벌해 왔다. 이 법에 따르면 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최대 15년까지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징역 1~2년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산업 기술 유출 시에도 간첩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간첩죄 적용 대상을 ‘국가 기밀’에 한정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도 남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간첩죄의 범위를 산업 기밀 등 경제안보 영역까지 확대하길 바랐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방산 분야나 국가 첨단기술처럼 국가 기밀로 해석될 수 있는 영역은 보호받게 된 만큼 의미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법사위 처리는 여야 협치가 모처럼 작동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 출신 박선원 의원이 발의했다. 김병기 원내대표 또한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해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에 힘을 실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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