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앞. 애니메이션·게임 페스티벌(AGF)의 마지막 날인 이날 수천 명의 인파가 전시장에 입장하기 위해 200m에 달하는 긴 줄을 섰다. 마비노기, 블루 아카이브, 원신 등 국내외 인기 서브컬처 게임 캐릭터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 복장으로 코스프레(캐릭터 분장)를 한 관람객들이 전시장 일대를 가득 채웠다. 대전에서 올라온 20대 김모씨는 “시연 중심인 게임 전시회 지스타와 달리 굿즈, 코스프레 등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AGF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게임 전시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팬덤 축제처럼 느껴져 매년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올해로 6회 차를 맞은 AGF는 2018년 애니메이션·굿즈 중심의 ‘마이너 취향’ 행사로 출발했다. 최근엔 팬덤 소통과 게임 공개가 동시에 이뤄지는 한국 최대 서브컬처 플랫폼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도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AGF를 지목하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 불참한 넥슨, 스마일게이트, NHN 등 굵직한 기업이 잇따라 AGF에 합류한 것은 이 같은 변화의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올해 AGF 주관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에픽세븐’과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전면에 내세웠고, 넥슨은 ‘2025 대한민국 게임 대상’ 대상을 받은 ‘마비노기 모바일’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엔씨소프트도 신작 서브컬처 타이틀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공개했다. 중소형 개발사 중심이던 서브컬처 시장에 대형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첫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중 하나다. 글로벌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 50개 중 한국 비중은 6%로, 인구 대비 소비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브컬처 장르 게임을 소비하는 이들은 구매력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전체 게임산업에 서브컬처 장르의 사용자 비중은 3%대에 불과하지만 전체 모바일 게임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에 달한다.
게임 외 수익원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조가 이 같은 현상의 핵심 동력이다. 굿즈, 코스프레, 2차 창작, 오프라인 행사 등 비(非)게임 생태계가 게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서브컬처 팬덤의 소비 강도는 일반 게임 장르와 완전히 다르다”며 “게임 매출을 넘어 세계관 전체를 소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고양=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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