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1층 로비와 카페, 식당 어디를 가도 무인기(드론) 등 튀르키예 기업이 자체 개발한 무기 영상이 흘러나왔다. 9월 말 기준 이곳에 입주한 방산 기업만 400여 개에 달한다. 엔지니어는 1만여 명에 육박한다. 튀르키예 방산 기업 관계자는 “매년 급증하는 정부 주도 방산 과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주로 국산화 비중을 높이기 위한 사업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방산 시장은 정부 주도 육성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각국의 방산 경쟁력을 분석하며 “튀르키예가 한국과 더불어 신흥 무기 수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튀르키예 방위산업청(SSB)이 발표한 튀르키예 방산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62개 불과하던 정부의 방산 프로젝트가 지난해 1100개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방산 수출도 2억달러에서 72억달러(약 10조6000억원) 규모로 36배 커졌다.시장이 성장하면서 방산 관련 스타 기업도 속속 배출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세계 100대 방산 업체 명단에 튀르키예 방산 기업 세 곳(아셀산, 바이카르, TAI)이 이름을 올렸다. 2022년 62위였던 아셀산은 54위로 순위가 올랐다. 바이카르와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은 각각 69위와 78위로 열 계단씩 껑충 뛰었다.
특히 튀르키예는 군용 드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방산 수출액에서 무인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바이카르의 ‘바이락타르 TB2’가 대표 상품이다. 이 무인기는 2014년 전력화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전쟁 등 실전에서 명성을 떨치며 미국 리퍼와 함께 무인 공격기의 대표 선수로 불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탱크 군대를 무력화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최대 장점은 극강의 가성비다. 가격이 200만~500만달러(약 30억~73억원)에 불과하다. 미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드론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150㎏ 대전차 공격용 미사일 등을 탑재한 채 최고시속 220㎞로 최대 27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어 ‘가성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빌랄 샤밀 오칸 튀르키예투자청 담당자는 “바이카르는 튀르키예 방산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수익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한다”며 “무인기는 튀르키예 방위산업의 부흥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프로젝트를 주문하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방산 기업과 대기업 간 협업이 한 지붕 아래에서 이뤄진다. 안티드론 등 전자전(EW) 시스템을 개발하는 파보그룹의 시난 제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바로 옆 건물에 주요 고객사의 R&D센터가 있어 시제품과 관련한 빠른 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튀르키예 정부가 방산 분야에서 국산화 비중을 의무화한 점도 현지 기업 성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대부분 방산 계약에 50% 이상의 국내 조달 비율을 의무화했다. 일부 주요 프로젝트는 이 비율이 70~80%까지 치솟는다.
튀르키예 방산협회(SASAD) 관계자는 “튀르키예 방산 기업 간 협업을 통해 2014년 35%에 불과하던 국산화 비중이 지난해 80%로 늘었다”고 말했다.
테크노파크 이스탄불은 SSB와 이스탄불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규모에 따라 입주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주거나 R&D 인력의 소득세를 일부 면제해주고 있다.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가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작동되는 무인 소형 헬기를 자체 제작해 현지 튀르키예 경찰과 군에 납품하고 있는 울루도안의 세이페딘 제브데트 최고경영자(CEO)는 “정부 기관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매출처를 늘렸다”며 “최근에는 방산 전시회 참가 기회를 얻어 말레이시아 수출 건까지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이스탄불=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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