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칭한 뒤 파장이 일면 ‘비핵화 목표에 변함없다’고 주워 담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보고서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 폐기)보다 미국 본토 위협 요소 제거를 위한 핵 군축으로 기울고 있다는 의구심을 키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말하던 1기 때와 달리 북핵 문제에서도 ‘미국 우선주의’적 접근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북 핵실험에 단호히 반대한다’던 중국의 북핵 관련 입장도 급변 조짐이다. 지난달 말 나온 비핵화·군축백서에는 그간 명시해온 ‘한반도 비핵지대 설립 주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통째로 빠졌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문서에도 ‘한반도 비핵화’ 관련 합의는 없었다. “중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 핵 문제를 의제에서 내려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미국과 중국이 ‘선택’의 문제로 변질시키고 있지만 북핵은 한국에 양보 불가의 핵심 이익이다. 그럼에도 한국 외교는 비핵화라는 핵심 이익 사수를 위해 노력하거나 대책을 마련하는 흔적이 희미하다. 대조적으로 김정은의 활약이 부각된다. 두어 달 전 김정은은 ‘미국이 비핵화를 끈덕지게 요구하는 집착을 버리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최근 상황은 김정은식 협박 외교가 미국, 중국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NSS의 북한 누락은 실수나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 보고서에서 미국은 ‘레지스탕스’(저항운동)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유럽도 직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신속 중단이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라는 성과에 안주하기엔 MAGA(미국 우선주의)발 안보 지형의 급변이 너무나 위태롭고 걱정스럽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