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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대신 게 잡으며 생태 체험"…제주 농촌 유학 열풍

입력 2025-12-07 18:07   수정 2025-12-08 00:25


“달랑게는 사람을 무서워해 주변이 조용할 때만 모래 위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현재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될 만큼 개체 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달랑게를 만나고 싶다면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다가가 보세요.”

지난달 28일 방문한 제주 평대초 3학년 교실. 학생들은 평대리 인근 해안에 서식하는 생물을 조사해 만든 ‘연안습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었다. 보고서를 발표한 학생 가운데는 서울에서 온 학생 네 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서울교육청이 운영하는 ‘제주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에서 1년 동안 제주에 머물며 학습하는 학생이다. 이날 학생들이 소개한 달랑게, 무늬발게, 돌팍망둑 등은 해안에서만 발견되는 생물로, 내륙 지역인 서울에서는 자연 상태로 만나볼 수 없다.

2021년 서울교육청이 처음 시작한 농촌 유학은 도시 학생이 일정 기간 농어촌 학교로 전학해 지역에서 생활하며 배우는 체류 프로그램이다. 전남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전북과 강원으로 확대됐고, 올해 2학기에는 제주까지 참여해 전국적 교육 모델로 자리 잡았다. 참여 학생도 2021년 1학기 81명에서 올해 2학기 443명으로 늘었다. 4년간 누적 참여 학생은 2670명에 달했다.

서울 학부모들이 농촌 유학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가 어릴 때만이라도 사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제주 성읍초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는 “기존에 다니던 서울 강동구 초등학교는 학생이 1900명에 달하는 과밀 학교였다”며 “제주에 오니 학생이 30분의 1로 줄었지만 아이와 가족의 삶은 오히려 30배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 특성상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 학생의 경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성읍초 5학년 황채원 양은 “제주에서 장구를 배우고 플루트를 익혔다”며 “서울보다 제주 생활이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 곽주혜 씨는 “서울에서는 사교육 일정에 쫓겨 아이의 관심사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며 “제주에서는 아이가 여러 활동을 하며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교육당국은 농촌 유학이 농어촌 학교에도 긍정적 변화를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학교들이 유학생 유입을 통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2학기 평대초 전교생 74명 가운데 10명, 성읍초 전교생 56명 가운데 8명이 서울에서 온 농촌 유학생이다. 강수연 성읍초 교장은 “학생 수가 일정 수준은 돼야 운영 가능한 수업이 있다”며 “학생이 늘자 교육 활동에도 활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서울교육청은 앞으로도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농촌 유학 참여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90%를 넘었다”며 “현재 6개월만 지원되는 예산을 1년 단위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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