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시가 평가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때 부족액을 준비금으로 쌓도록 한 제도다. 2023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을 시행하며 해약환급금의 사외 유출을 막기 위해 준비금 제도가 도입됐다. 쉽게 말해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 부족하지 않도록 미리 곳간을 잠그도록 한 것이다.
이 준비금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차감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커질수록 배당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문제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급증하면서 일부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 마이너스 상태로 치달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계약을 많이 팔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수천억원 흑자가 나더라도 해약환급금준비금 때문에 배당하지 못하는 보험사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작년 말 규제를 완화했다.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일정 수준(올해 기준 170%)을 넘는 회사에만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쌓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이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전체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작년 말 38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4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배당이 가능한 보험사도 향후 5~10년 이내에 같은 문제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보험업계 법인세 부담액이 제도 개선 이전인 2023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반면 당장 배당이 가능한 대형 보험사들은 제도 개선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줄어들면 법인세를 더 내야 하고, 업계 전반에 걸친 과당 경쟁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에서도 신중론이 강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설계사에게 과도한 시책(수수료)을 지급하며 출혈 경쟁을 벌인 탓에 사업비가 급증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준비금 부담을 키웠다”며 “과도한 사업비 지출이라는 근본 원인은 놔둔 채 해약환급금준비금만 건드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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