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적립부채란 앞으로 국민연금이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총연금액(부채)에서 현재까지 쌓인 적립금(자산)과 앞으로 들어올 보험료 수입을 뺀 차액이다. 당장 갚아야 할 진짜 빚은 아니지만,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잠재적 부채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는 미적립부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확정 부채도 아닌데 국가부채로 오인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비정부기관은 종종 관련 보고서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2021년 미적립부채를 향후 70년 기준 1735조원으로 추산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6월 “2490조원에 달했던 70년 기준 미적립부채 규모가 최근 모수개혁을 통해 1820조원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연금개혁 추진계획에 미래 연금 부족분(미적립부채)을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딱 한 번 미적립부채를 공인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기존 60%이던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인하하는 모수개혁을 단행했을 때다.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은 180조원이고 잠재부채(미적립부채)는 210조원으로 하루 800억원씩 부채가 쌓이고 있다”며 연금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미국 사회보장기금(OASDI)은 매년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하는 재정추계보고서에서 향후 75년뿐만 아니라 무한기간의 미적립부채를 현재 가치로 계산해 제시하고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한 지급능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보장을 강조하는 진영에서는 “미적립부채가 다른 중요한 연금개혁 과제 논의를 저해한다”고 말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적연금에 민간연금식 ‘부채’ 개념을 적용하면 제도 성격을 왜곡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급 보장을 명문화한 상황에서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면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성만 떨어뜨린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공개를 찬성하는 진영은 “필요한 재정 투입액을 산출하기 위해서라도 미적립부채를 정확히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한다.
공개 반대 진영은 미적립부채 계산에 사용하는 할인율(기금투자수익률)이나 인구 전망 가정에 따라 부채 규모가 크게 바뀐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기도 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에 찬성하는 쪽은 “다양한 할인율을 반영한 결과물을 투명하게 제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박종상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확한 값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지표를 숨기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가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 범위를 제시하면 정책 논의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적립부채
미적립부채는 연금 수급자가 평균 수명까지 살아 있을 경우 지급해야 할 연금액(부채)에서 적립금(자산)을 뺀 금액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국민연금 미적립부채를 약 1820조원으로 추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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