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핵심 인재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책임자 등 C레벨 임원들이 잇따라 떠난데 이어 자체칩 전환을 이끌었던 조니 스루지 부사장 퇴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 속에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에 따르면 애플의 핵심 사업인 자체 칩 개발을 이끌어 온 조니 스루지 하드웨어 테크놀로지 수석부사장(사진)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가까운 시일 내 퇴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 내에서 가장 신망 받는 임원 중 한 명으로, 지난해 말 인텔의 차기 CEO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쿡 CEO는 스루지 부사장을 붙잡기 위해 대규모 보상 패키지와 함께 최고기술책임자(CTO) 승진까지 논의하며 애플 내 2인자 자리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스루지가 "다른 CEO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출신인 스루지 부사장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IBM, 인텔을 거쳐 2008년 애플에 합류한 뒤 인텔 대신 자체 설계한 ARM 기반 실리콘 칩 전환을 주도한 인물이다. 스루지 부사장의 이탈이 현실화한다면 애플의 차세대 자체 칩 개발 속도와 성능 향상 지연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스루지 부사장의 퇴사 검토 소식에 앞서 이미 지난주에만 4명의 C레벨 임원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거나 떠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공지능(AI) 책임자인 존 지어넌드레아가 사임을 알렸고 인터페이스 디자인 책임자인 앨런 다이는 메타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케이트 애덤스 법무총괄은 내년 말 퇴임을 발표했고 리사 잭슨 대외정책 총괄은 내년 초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들은 모두 쿡 CEO에게 직보하던 C레벨 임원들이었다. 메타, 오픈AI를 비롯한 여러 스타트업들이 애플 엔지니어들을 대거 스카우트하고 있으며, AI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팀에서도 상당수가 메타로 이탈했다. 최근 열 명이 넘는 최고급 AI 연구진의 이탈로 전반적인 AI 조직의 사기 또한 크게 저하된 상태로 전해진다.
이같은 핵심 인력의 이탈은 애플의 차세대 제품인 폴더블 아이폰, 스마트 글라스, 로봇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 계획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반독점 소송 등 애플이 굵직한 법적 리스크에 직면한 시기에 법무총괄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경영진이 당면한 법적 난관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핵심 제품 및 기술 개발 지연으로 구글 등 외부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쿡 CEO체제의 리더십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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