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으로 빚은 형상이 전통 장작 가마를 거쳐 완벽한 도자기로 완성될 확률은 15% 남짓. 도예가 신상호(78·사진)는 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일본에서 가스 가마를 들여왔다. 국내 최초였다. ‘이단자’ ‘배신자’ ‘또라이’…. 전통적인 ‘손맛’을 중시하는 도예계는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가스 가마 도입 이후 성공률이 90%대로 확 뛰며 상황이 반전됐고, 신상호의 방식은 도예계의 표준이 됐다.
신상호는 늘 ‘문제적 인물’로 불리며 국내 도예계의 혁신을 주도했다. 2001년 시작한 ‘구운 그림’ 연작이 대표적이다. 도자 타일로 건축물 외벽을 마감하는 이 시도는 도자를 건축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강남 센트럴시티 고속터미널 외벽, 금호아시아나 사옥(현 콘코디언 빌딩), 서초 삼성타운 등의 외벽에 그의 작품이 걸려 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 회고전 ‘신상호: 무한변주’는 그의 치열한 여정을 증명하는 자리다. 전통 도자부터 조각, 건축, 회화로 뻗어나간 작품 160여 점이 전시장 1·2관을 가득 채웠다.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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