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이달 1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만 해도 엔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시장은 예상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18~1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미·일 금리 차이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3.75~4%, 일본은 연 0.5%다.일본과 미국이 같은 달에 ‘반대 방향’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현행 일본은행법이 시행된 1998년 이후 이례적인 일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은 금리 인상, 미국은 금리 인하로 금리 차이 관점에서 엔고 압력이 한층 높아져도 이상하지 않다”며 “그러나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엔대 중반에서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가 4월 3%포인트 선에서 현재 2%포인트 선으로 좁혀졌지만 그사이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엔 선에서 155엔 선으로 상승(엔화 가치는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내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더라도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돈 풀기와 이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는 엔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구조적 요인도 있다. 일본은 계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엔으로 바꿔 일본으로 들여오는 대신 현지에서 재투자한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신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통한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는 엔화 매도 압력을 높이고 있다. 우에노 야스나리 마켓컨시어지 대표는 “일본 정부가 엔고로의 전환을 촉진하려면 구조적 요인에 대한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엔·달러 환율 전망은 엇갈린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증권 수석환율전략가는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는 3개월에 한 번 정도로 그치고, 일본은 연간 한 번 정도밖에 올릴 수 없을 것”이라며 내년 말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158엔으로 예측했다. 반면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수석환율전략가는 “엔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면 다카이치 정권에 역풍으로 작용해 정권이 금리 인상을 더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 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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