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태국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5시즌 개막전 블루캐니언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홍정민은 충격의 커트탈락을 했다. 그런데 기분이 꽤 괜찮았다고 했다. “후반에 퍼팅에서 뭔가 감을 잡았어요. 그래서 엄마를 만나자마자 ‘나 올해 (총상금) 10억원 넘길 거야!’라고 했죠.”
어머니는 “예선도 떨어져 놓고 무슨 자신감이야”라며 웃어넘겼지만 홍정민은 그 말을 지켰다. 다음 대회인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위브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시동을 건 그는 5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강자로 우뚝 섰다. 8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는 29언더파로 우승하며 ‘72홀 최소타 우승’ 기록까지 세웠다. 올 시즌 3승, 총상금 13억4000만원으로 상금왕, 공동다승왕까지 거머쥔 한 해, 최근 경기 안성에서 만난 홍정민은 “팬들의 예상을 깨는 새로운 골프로 오래 기억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의 스윙은 한국 여자 골퍼 특유의 예쁘고 반듯한 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올해 최소타 우승 기록이 보여주듯 승부를 거는 데는 최적화돼 있다. 그는 “코치의 조언, 시뮬레이터 숫자는 참고만 할 뿐 감각을 가장 신뢰한다”고 설명했다. “저는 의심이 많아 기계의 숫자도 믿지 않아요(웃음). 매 샷 공이 놓인 잔디, 바람, 경사가 다르잖아요. 감이 확실해야 매 순간 필요한 샷을 할 수 있죠.” 그는 “감각적인 플레이로 예상치 못한 곳을 찌르는 재미를 만들어내고 싶다”며 싱긋 웃었다.
예상치 못한 모습은 경기장 밖에서도 나온다. 실수에도, 버디에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 ‘돌부처’라고 불리는 그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순간이 있다. 10월 놀부·화미마스터즈 우승 세리머니에서다. 임금을 연상하게 하는 용포를 입고 주최사 놀부의 보쌈이 가득 차려진 상을 받은 홍정민은 유튜버처럼 손바닥을 내밀어 보쌈을 보여준 뒤 복스러운 ‘먹방’을 선보였다. 자칫 숙연해질 수 있는 세리머니였지만 홍정민의 장난기 덕분에 명장면이 됐다. 홍정민은 “처음 해보는 세리머니였지만 대회를 열어준 후원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에 흥을 끌어올려 봤다”고 돌아봤다.
꼭 얻고 싶은 타이틀은 한국여자오픈이다. 그는 “올해 메이저 우승을 처음으로 해봤는데 ‘메이저 퀸’이라는 타이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며 “한 번 더 그 이름을 얻고 싶다”고 다부지게 밝혔다.
보법이 다른 홍정민답게 골퍼로서 관심사도 남다르다. 그는 “피팅을 꼭 배워보고 싶다”고 밝혔다. “저에게 꼭 맞는 클럽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지난여름 2주 휴식기 동안 피팅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알레르기 때문에 못 했어요. 그래도 저울은 샀어요(웃음). 언젠가는 꼭 배워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처럼 제 클럽에 다양한 실험을 해보려고 해요. 그래도 공을 소금물에 담그지는 않을 거예요(웃음).”
안성=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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