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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성 "동묘 뒤지고 마동석 코칭 받아 완성한 '태풍상사'" [인터뷰+]

입력 2025-12-08 06:05   수정 2025-12-08 06:06


"식당에 갔는데 뒤통수 한 대 맞을 각오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모님들이 오히려 반찬을 더 챙겨주시더라고요. '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착하고 수수하네' 하시면서요.(웃음)"

배우 무진성의 얼굴엔 안도감과 기쁨이 교차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태풍상사'에서 주인공 강태풍(이준호 분)을 끈질기게 괴롭히며 극의 긴장감을 주도했던 '빌런' 표현준은 얄밉다 못해 분노를 유발했지만, 무진성은 "욕먹는 것조차 관심이라 감사했다"며 활짝 웃었다.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아픔 속에서 맨주먹으로 일어선 청춘들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이 드라마에서 무진성은 주인공 강태풍을 향한 열등감과 인정 욕구로 똘똘 뭉친 금수저 표현준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모처에서 만난 무진성은 표현준이라는 옷을 입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들과 배우로서의 단단한 속내를 털어놨다.

극 중 표현준은 강태풍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 훼방을 놓는 인물이었다. 오죽하면 이준호가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로맨스"라고 표현했을까. 무진성은 현준의 행동을 '질척거림'과 '집착'으로 정의하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현준이가 태풍이를 태국까지는 못 따라갔지만 부산 앞바다까지 쫓아갔잖아요.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해상 장면은 주로 세트장 촬영을 하는데, 저희는 진짜 배를 띄워서 나갔어요. 뱃멀미가 너무 심해서 연기하기 힘들 정도였죠. 멀미약을 미리 못 먹어서 급하게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키미테)을 붙였는데, 문득 '이런 허술함이 참 현준이스럽다' 싶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럴 거면 왜 태국은 안 갔나, 현준이는 땀 흘리는 걸 싫어해서 안 갔나'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고요."

무진성은 현준의 악행이 단순한 악의가 아닌, 깊은 열등감과 결핍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그는 "처음엔 태풍이가 내 영역을 침범하고 분위기를 망친다는 사소한 이유로 시작됐다면, 이후엔 아버지가 사업적으로 현준이를 무시하고 태풍이를 인정하면서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라며 "'나를 무시해? 감히?' 하는 삐뚤어진 마음으로, 어쩌면 태풍의 관심을 갈구하는 아이 같은 면도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개했다.

무진성과 이준호의 대립각은 묘한 '브로맨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무진성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촬영장에서 이준호가 생일 축하를 해주는 짧은 영상은 조회수가 200만 뷰를 넘길 정도로 두 사람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뜨거웠다.

"사적으로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오히려 그런 적당한 거리감이 연기에 도움이 됐어요. 현준이가 반복해서 태풍이를 언급해서 그렇지, 둘이 만나는 장면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웃음) 그 와중에 생일도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고, 시청자분들이 저희 관계를 '애증'으로 봐주신 게 신기하고 감사했죠."

'태풍상사'의 또 다른 볼거리는 1990년대 후반을 완벽하게 재현한 스타일링이었다. 특히 표현준의 화려한 패션과 올백 머리, 십자가 귀걸이는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여기에는 무진성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는 "옷이나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다"며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마침 제 메이크업 담당자분이 90년대 후반부터 일을 하셔서, 현역으로 그 시기를 겪은 산증인이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룹 듀스의 올백 머리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셨죠. 의상도 협찬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었어요. 동묘시장에 가서 그 시대 옷들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것)으로 사 모으고, 의상팀과 매일 회의해서 당일 착장을 정했죠."

특히 화제가 된 십자가 귀걸이에는 특별한 비하인드가 있었다. 그는 "뭔가 포인트가 필요했는데, 90년대 유행했던 만화 '짱'의 악당 캐릭터가 떠오르더라. 그 캐릭터가 했던 십자가 액세서리를 차용했다"며 "탈색도 고민했는데 태풍이가 브릿지 헤어스타일을 한다길래 저는 깔끔하게 올백으로 갔다"고 웃음을 보였다.

태풍에 대한 집착과 열등감으로 시작된 현준의 악행은 때로는 도를 넘었다. 아버지를 잃은 태풍을 조롱하고, 그의 사업을 사사건건 방해했다. 배우로서 이해하기 힘든 순간은 없었을까. 무진성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부산까지 쫓아가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게 이해가 안 되잖아요. 만화책이나 보고 게임만 하면서 회사를 물려받으려는 철없는 모습도 그렇고요. 하지만 배우가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연기를 안 할 순 없으니까요.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자칫 '척'하는 연기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현준이의 행동 그 자체보다는 그가 가진 결핍과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가 아니라 '얼마나 외롭고 인정받고 싶으면 이럴까?'를 생각한 거죠."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는 마지막 회 아버지 표박호(김상호 분)와의 장면에서 폭발했다. 무진성은 "마지막에 아버지에게 안기면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아닌 '아빠'라고 불렀다. 대본에는 없던 애드리브였다"고 고백했다.

"현준이는 사실 나쁜 놈이라기보다 사랑받고 싶은 어린아이였거든요. 어린아이가 서럽게 울듯 엉엉 울고 싶었어요. 방송을 보신 부모님도 그 장면에서 같이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2024년 한 해를 이 작품과 보냈는데, 극 중 표현준의 아버지가 자식을 안아주는 장면을 보며 부모님도 '우리가 널 잘못 키운 건 아닌지' 이입해서 보셨나 봐요."

무진성은 2013년 드라마 '투윅스'로 데뷔해, '미생', '닥터 프로스트', '밤을 걷는 선비', '아름다운 당신' 등에서 차곡차곡 얼굴을 알려왔다. 데뷔 후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무진성에게도 시련의 시간은 있었다. 한창 달려야 할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면서 원치 않는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일이 끊기고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부정적인 감정만 쌓여갔죠. '사람은 일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것도 결국 사람이었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일이 풀리기 시작했죠. 배우는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평탄하게 산 사람과 굴곡진 삶을 산 사람의 연기는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꼈던 좌절과 아픔들이 현준이를 단순히 못된 놈이 아닌, 연민이 느껴지는 악역으로 만들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된 것 같습니다."

그는 '태풍상사'에서 등장한 "각자 열매를 맺는 순간이 다르다"는 말을 언급하면서 "그 장면을 보며 저도 많이 울었다"며 "복합적인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서 '태풍상사'에 접목해 섬세하게 표현하려 한 노력들이 '쟤는 그냥 못된 놈이야'가 아니라, 감정선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의도된 바가 표현됐구나' 싶어 헛된 시간은 없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무진성은 힘든 시기를 운동으로 극복했다고 했다. 현준의 복싱 장면 역시 작품을 위해 급하게 배운 게 아닌, 7년 전 다이어트로 시작해 꾸준히 해오고 있던 운동이었다. 덕분에 복싱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 마동석이 해당 장면 코칭도 해줬다고 한다.

"원래 살 빼려고 시작했는데 잘 빠지고 스트레스 해소는 덤이더라고요. 마동석 선배님이 코칭도 해줬고요. 테니스도 배우고 있어요. 등산도 오랫동안 해온 취미인데 인생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올라가기 위해서 높은 곳만 바라보면 지치거든요. 발만 보고 묵묵히 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와 있고, 인생도 내려갈 때가 중요하지 않나요. 그게 등산의 매력이에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부분을 더 많이 느꼈습니다."

'태풍상사'로 시청률과 연기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2024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무진성은 여전히 연기가 고픈 모습이었다.

"'태풍상사'는 제 이름 세 글자를 알리고 배우로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처음 도전한 악역이었지만 시청자분들이 그 안의 결핍까지 봐주셔서 행복했어요. 이제 현준이는 잘 보내주고, 비워낸 자리에 새로운 캐릭터를 채워 넣어야죠. 앞으로도 쉼 없이,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나 사극 로맨스를 꼭 해보고 싶어요. 제가 원래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거든요.(웃음) "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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