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은 세계전시회의 중심지다. 의료기기전시회를 비롯해 인쇄기계 자동차 건설기계 사무용품 재활기기 등 수많은 전시회가 열린다. 세계 유명 전시회 중 약 3분의 2가 독일에서 열린다. 하노버 뒤셀도르프 쾰른 베를린 뮌헨 등 주요도시에선 전시회가 줄을 잇는다. 전시면적이 넓을 뿐 아니라 수출과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연간 독일 교역량의 20~30%가 전시회를 통해 이뤄질 정도다.
독일 기업은 가만히 앉아서 자국의 전시회에 출품하는 것만으로도 연매출액의 20~30%를 수주한다. 뿐만 아니다. 호텔 음식점 항공 관광 등 부대효과가 엄청나다. 이른바 ‘마이스(MICE) 효과’다. MICE는 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행사를 의미한다.
서울 서부권은 그동안 전시산업의 불모지였다. 이곳에 최초의 전시·컨벤션 전문 시설인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Coex Magok Convention Center, 이하 코엑스마곡)가 지난 2024년 11월 28일 문을 열었고 지난달말 개관 1주년을 맞았다.코엑스마곡은 산업·의료·라이프스타일·공공 분야의 다양한 행사를 유치하며 서울 서부권의 새로운 마이스거점으로 성장해 왔다. 기자가 지난달 대중교통으로 방문해보니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연계돼 전철역에서 도보로 5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철이나 철도와 연계돼 있는 독일 전시장보다 접근성이 훨씬 뛰어났다. 게다가 김포공항이 코앞에 있고 인천공항과도 전철로 연계돼 있다.
조상현 코엑스 사장은 “개관 첫해 1년간 40여 개의 전시회, 약 400회 이상의 국내외 회의 및 기업·정부 행사를 개최하며 70만 명이 방문하는 등 안정적인 운영 성과를 거뒀다”며 “특히 개관 첫해 가동률 50%를 넘어 전국 전시회 평균 가동률(40~50%)을 상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전시장 부족을 해소하며 서울 전역의 전시컨벤션 수요를 분산하는 역할을 했다.이곳은 개관 1년만에 한꺼번에 몇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첫째, 코엑스마곡의 가장 두드러진 경쟁력은 ‘컨펙스(ConfEX)’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어 의료·바이오 분야의 대형 국제학술대회에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컨펙스(ConfEX)는 컨퍼런스(Conference)와 전시회(Exhibition)가 통합된 형태의 비즈니스 이벤트를 의미한다. 이곳은 전시장과 회의실을 수직으로 연계한 구조여서 전시와 학술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하는데 적합하다.
조상현 사장은“전시, 학술대회, 기업 부스, 테크니컬 세션 등을 하나의 동선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전시컨벤션 시설과 차별화된 운영상의 유연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지난 1년간 서울팜엑스포, 대한대장항문학회(iCRS) 2025, 대한정형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등 의료·바이오 학술 프로그램이 연이어 개최됐다. 특히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주관한 ‘코리아더마(Korea Derma) 2025’는 60여 개국에서 5000여 명이 참석한 대형 국제행사로 전시장과 회의실 전관 약 1만 5000㎡를 전면 활용해 진행됐다. 의료·바이오 중심의 컨펙스 형태의 운영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향후 유사 국제행사 유치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둘째, 정부 주도의 전략산업과 연계된 혁신 전시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코엑스마곡은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바이오·테크 기업과 연구 기관이 집적된 마곡R&D클러스터에 자리 잡고 있어 기술 기반 전시·컨퍼런스의 선호도가 높다.
제1회 산업 AI EXPO, 대한민국 순환경제 페스티벌, 국제 안경광학산업 전시회, 국제 연구산업 컨벤션 2025, 공학페스티벌 등 산업·기술 중심의 신규 전시회가 연이어 개최됐다. 산업·정책·기술 기업 간 협력 플랫폼 역할이 강화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과도 맞물리며 서부권 혁신 산업 전시 생태계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미래먹거리와 관련된 주요 전시회들이 이곳에서 열리며 기업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상현 사장은 “마곡 일대는 기업들의 연구소가 밀집한 지역”이라며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전시회와 행사가 자주 열려 기업들의 미래먹거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셋째, 국제행사 유치도 활발하다. 11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세계우표전시회 ‘필라코리아 2025’는 65개국에서 출품된 20만여 장의 우표 작품이 전시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코엑스마곡의 글로벌 행사 운영 능력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2025 상생협력 채용박람회와 항공산업 잡페어 등 대규모 취업박람회가 잇달아 개최되며 지역 고용·산업 연계 행사도 강화됐다. 이들 행사는 청년과 중소기업 간 직접 매칭을 중심으로 지역 산업 기반 고도화에 실질적인 연결고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넷째, 라이프스타일 전시회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마곡리빙디자인페어, 컬리 푸드페스타, 서울 인디뷰티쇼, 대한민국 라면박람회 등이 서부권 소비자 중심의 생활·취향 전시 수요를 반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주거 밀집 지역 중심의 지역형 전시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며, 코엑스마곡의 행사가 산업·기술 중심에서 생활·문화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2026년에는‘제27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한국비즈니스엑스포 강서’가 개최될 예정이다. 글로벌 한인 비즈니스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국제경제·비즈니스 행사로, 서울 서부권이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코엑스마곡은 앞으로 의료·바이오 및 첨단산업 분야의 국제행사를 적극 유치해 중소 규모 국제 행사 플랫폼의 역할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개관 1주년을 맞아 문화 콘텐츠 강화 전략도 추진했다. 세계 팝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의 초대형 설치작품을 전시장 입구와 외벽에 선보이며 시설의 문화적 매력을 높였다. 코엑스마곡이 산업·의료 중심의 컨벤션센터에서 전시·예술이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조상현 사장은 “코엑스마곡은 서부권 의료와 첨단 산업 전시 수요에 특화된 인프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의료·바이오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산업·기술·공공 등 다양한 분야의 컨펙스 행사를 확장해, 서부권 대표 컨펙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글로벌 행사 유치와 시설 고도화를 통해 서부권 MICE 허브로서의 위상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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