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구글 등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회사들이 빛을 활용하는 첨단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서버용 반도체 회로에 빛을 도입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업을 지원사격하는가 하면, 서버와 서버를 연결하는 광선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연산 속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벨이 2일(현지시간) 실리콘 포토닉스 전문 회사인 셀레스티얼AI를 32억5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지원했다. AWS는 2030년 말까지 마벨의 실리콘 포토닉스 제품을 회사 서버에 도입하는 조건과 연계해, 최대 9000만달러(약 1300억 원) 규모의 마벨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데이브 브라운 AWS 컴퓨트·머신러닝 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이번 인수에 대해 “실리콘 포토닉스는 미래 AI 인프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간 셀레스티얼 AI는 인상적인 성과를 보여왔고, 마벨과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과의 합병으로 차세대 AI를 위한 반도체 혁신이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AI 반도체가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를 최대 1000배 높일 수 있는 반도체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구리 배선에 데이터 정보를 싣는 기존 반도체와 달리, 실리콘 포토닉스는 정보를 빛에 담는다.
저항이 거의 없어 전송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발열과 전력 소모량도 훨씬 적다.
마벨은 이번 셀레스티얼 AI 인수 이후 AI 서버용 ‘실리콘 포토닉스 턴키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이 솔루션은 AWS의 서버에 적극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AWS의 이번 움직임은 ‘탈(脫) 엔비디아‘ 기조와도 연결지을 수 있다. AI 반도체 세계 1위인 엔비디아는 실리콘 포토닉스의 장점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상용화를 시도했다.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그래비톤5’ 등 자체 AI 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AWS가 마벨과 손잡은 이유는 엔비디아가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OCS는 데이터센터 내 서버와 서버 사이에서 정보를 전송하는 ‘광선’의 기능을 극대화한 구글만의 기술이다. 물론 기존에도 데이터센터 안에는 광선이 있었다. 이 광선 속의 정보를 교통 정리하는 역할은 ‘스위치’라는 칩이 했다.
그러나 OCS는 스위치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 거울 역할을 하는 MEMS(초미세 전기-기계 구조물) 장치만으로 빛을 반사시키면서 움직임을 조율한다. 마치 고속도로의 ‘톨게이트’가 사라진 셈이라 데이터 병목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글 측은 “아이언우드 서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만드는 핵심 기술이 OCS”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반도체 단짝’인 브로드컴의 실리콘 포토닉스 개발도 주목되고 있다. 혹탄 브로드컴 CEO는 9월 한 투자자 회의에 참석해 “2027년이면 구리 배선은 모두 빛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이미 브로드컴은 수년 전부터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브로드컴은 구글 TPU를 대신 설계해주는 반도체 회사로 주목받는다. 차세대 TPU에 관해 브로드컴과의 협력이 이어진다면, 구글 역시 2027년 이후 자사 서버에 실리콘 포토닉스 칩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 업체들의 첨단 광통신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서 AI 업계에서는 향후 빛을 다루는 기술이 각 회사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준 라이팩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구리 배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빛”이라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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