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화가’이자 발달장애 예술인 신수성은 지난 십수 년간 매일같이 동물원과 수족관을 찾아 동물을 관찰하고 그 모습을 기록했다. 이렇게 그린 동물 그림이 1500여점을 넘는다. 서울 팔판동 갤러리1에서 열리고 있는 신수성의 개인전 ‘수풀 아래에 서서’는 그 방대한 기록 중 일부를 펼쳐 보이는 자리다.
얼핏 보면 신수성의 그림은 단순하다. 사진처럼 털 한 올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수성은 그 동물의 ‘핵심적인 특징’에 집중한다. 예컨대 얼룩말을 그릴 때 그는 털의 윤기보다 고유한 줄무늬 패턴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코뿔소를 그릴 때는 피부 주름 대신 뿔의 각도와 위치를 정확히 잡아낸다. 복잡한 정보는 과감히 생략하는 대신 동물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최소한의 선과 색만 남긴 덕분에 관객은 그림이 어떤 동물을 묘사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작가의 집요한 관찰과 방대한 생물학적 지식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전시장에서는 친숙한 동물들과 함께 멸종 위기에 처해 잊혀가는 희귀한 동물 등 다양한 종(種)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그림 하단에는 동물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 같은 신수성의 작업은 일종의 동물 도감을 연상시킨다.


신리사 큐레이터(학고재 전시팀장)는 “이번 전시의 핵심은 ‘분류학적 위계’를 지운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인간은 필요에 따라 동물을 여러 갈래로 분류한다. 생물학적으로 어떤 종에 속하는지, 포식자인지 피식자인지, 인간의 관점에서 인기 있는 동물인지 아닌지 등 임의의 기준을 세운다. 하지만 신수성의 그림 속에서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도, 다람쥐나 토끼 같은 초식동물도 모두 비중이 똑같다.
안현정 미술평론가(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는 “신수성의 그림은 우리가 서로를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도록 돕는다”고 평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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