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펩시코에 약 40억달러 규모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펩시코가 공급망 재검토, 제품 축소, 북미 인력 감축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8일(현지시간) 펩시코는 엘리엇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운영 계획을 공개하며 미국 내 제품 라인업의 약 20%를 시장에서 철수하고, 공급망을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라몬 라구아르타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들이 2026년부터 유기적 매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생산성 절감과 핵심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의 파트너 마크 스타인버그는 보다 저렴한 가격대 제품에 대한 투자 확대를 포함한 이 계획이 “펩시코의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펩시코는 2026 회계연도 유기적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이는 인수·환율 등을 제외한 실제 사업 기반 성장률로, 시장 예상치(약 2.7%)와 유사한 수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조조정 수순도 시작됐다. 펩시코는 뉴욕 퍼처 본사를 비롯해 시카고, 텍사스 플라노 등 북미 여러 사무실 직원들에게 이번 주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미국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 발표 직전에 직원들의 출근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제니퍼 웰스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에서 “회사의 구조적 변화가 일부 직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혀 정리해고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엘리엇은 지난 9월 펩시코 지분을 공개하며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음료 부문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엘리엇은 펩시코에 탄산수 브랜드 ‘소다스트림’, 레몬라임 탄산음료 ‘스타리’, 일부 시리얼 제품(라이프, 캡틴크런치 등), 퀘이커 오트·라이스어로니 등 곡물·식품 브랜드 등을 매각 검토 대상으로 지목했다.
또한 펩시코가 직접 운영하는 병입 사업도 매각 후보로 거론돼 왔다. 펩시코는 독립 병입업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 자체 병입 공장도 운영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단순화하라고 압박해왔다.
펩시코는 최근 수년간 비용 절감과 제조 시스템 현대화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 11월에는 플로리다 올랜도의 프리토레이 공장 두 곳을 폐쇄하며 450명 이상을 해고했다. 당시 펩시코는 “사업상 필요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펩시코의 직원 수는 2019년 이후 약 20% 증가했으며, 지금의 구조조정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인력을 정상화하려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펩시코의 주가는 올해 약 5% 하락한 상황이다. 시가총액은 약 2000억달러에 근접한다. 엘리엇은 펩시코가 경쟁사 대비 비용 구조가 비효율적이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집중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해왔다. 이번 발표는 엘리엇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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