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달이 찾아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쁜 시기지만, 직장인이라면 이 시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바로 ‘13월의 월급’이라고 불리는 연말정산에서 환급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금계좌 점검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금계좌란 개인연금(연금저축)과 그리고 퇴직금을 관리하는 계좌인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연금계좌를 활용하면 연말정산에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 연간 기준으로 연금저축은 600만원까지, IRP를 포함하면 총 900만원까지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소득에 따라 13.2% 혹은 16.5%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올해 연금저축에 600만원, IRP에 300만원을 납입했다면 118만8000원 혹은 148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투자로 연 13~16% 수익률을 얻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계좌에 납입하는 것만으로도 확정적인 수익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놓치지 말아야 할 혜택이다.
다만 이렇게 연금계좌에 납입하는 이유는 당장 한두 달 뒤 13월의 월급을 더 받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노후 자금을 더 든든하게 키우는 것이다. 세액공제 혜택은 연금계좌 납입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납입 단계가 첫 단추라면 이제 다음 단추를 채울 차례다. 바로 운용이다. 어떻게 투자해서 얼마나 수익을 얻느냐에 따라 내가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의 크기가 달라진다.
다른 사람들은 연금으로 어디에 투자하고 있을까? 그 힌트를 확인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지난달 발표됐다. 금융감독원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 2부’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 중 상위 수익률 가입자의 특징을 분석한 이 자료의 부제는 ‘연금 고수의 투자 포트폴리오 살펴보기’다. 자신의 연금 운용에 진심인 사람들이 어떻게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셈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한다는 측면에서 연금저축이나 IRP 가입자와 동일한 위치에 있는 만큼, 연금 투자자들이 참고하면 좋을 자료다.
백서에 따르면 연금 고수들의 수익률은 상당하다. 2025년 6월 말 기준으로 최근 1년 약 39%,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약 16%로 가입자 평균보다 3.5~9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높은 수익률의 배경은 우선 자산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80%에 달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30대 미만부터 퇴직이 다가오는 50대와 60대까지 고르게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 중에서도 주식형 비중이 70%로 높게 나타나 공격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구체적으로 연금 고수들이 많이 선택한 상품은 어떤 것들일까. 테마형 ETF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았다.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테마인 조선, 방산, 원자력 관련 ETF에 적립금이 집중적으로 몰린 가운데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선호도 높은 수준을 보인다. 연금은 ‘원금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연금고수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다소 과감해 보일 수 있다. 고수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기에 따라 연금의 성과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은 주목해 봐야 한다,
물론 유의할 점도 있다. 테마형 ETF의 경우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지만, 테마 열기가 식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 운용은 단거리 경쟁이 아니라 장거리 레이스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소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단기적으로 뜨는 특정 테마를 찾느라 애쓸 필요 없이,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자산배분형 상품에 꾸준히 적립하는 것만으로도 내 연금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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