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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거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의 커머스 시장 발전 경로는 서로 다르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람들이 밥을 먹는 방식이 달라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탄생하는 유니콘 기업도 서로 딴판이다.중국은 ‘와이마이’(外賣, 배달음식)의 나라다. 도시화와 맞벌이 가구의 급증, 저렴한 인건비가 맞물린 결과다.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보다 시켜 먹는 것이 싸고 편한 구조다.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의 하루 평균 주문 건수는 6000만 건을 웃돈다. 중국의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이미 200조원을 넘겼다. 알리바바를 필두로 한 전통적 e커머스 외에 음식 배달이 독자적인 거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반면 인도의 식탁은 다르다. 인도는 여전히 ‘집밥’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나라다. 신선한 채소와 향신료를 사용해 갓 만든 따뜻한 음식을 선호한다. 외부 조리 음식의 위생에 대한 불신도 크다. 배달 음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다. 그 대신 다른 시장이 컸다. 요리할 식재료를 빠르게 가져다주는 퀵커머스 시장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인도의 퀵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50억달러(약 7조원)에서 2030년엔 600억달러(약 83조원) 규모로 열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다. 인도의 대표적인 퀵커머스 기업인 젭토와 블링킷은 연간 10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 음식 배달 1위 기업 조마토가 인수한 블링킷의 기업가치는 조마토 본업인 음식 배달 사업부의 가치를 곧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달 속도전’은 인도 유통 시장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인도 소비자는 이제 2~3일씩 걸리는 아마존이나 플립카트 배송을 기다리지 않는다. 10분 안에 신선식품이 도착하는 경험을 한 소비자는 공산품과 전자기기까지 퀵커머스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블링킷과 스위기 인스타마트는 최근 인도에서 아이폰16이 출시된 당일, 주문 10분 만에 제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전통적 e커머스 영역에 발을 들였다.
이에 따라 인도 e커머스 전쟁의 ‘최종 승자’ 전망도 달라져야 한다. 지난 10년간은 월마트가 인수한 플립카트와 거대 자본 아마존, 혹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쥔 릴라이언스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미래 승자는 퀵커머스 기업이 될 공산이 크다. 1주일에 한 번 접속하는 쇼핑몰보다 하루에도 두 번씩 양파와 우유를 사러 접속하는 앱이 고객의 삶을 장악하기 마련이다.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앞세운 전통적 e커머스가 아니라 고객의 부엌과 냉장고를 실시간으로 채워주는 퀵커머스가 인도 14억 명 인구의 지갑을 여는 마스터키가 될 것이다.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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