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후 이용자 이탈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켓배송'(익일·새벽 배송)과 멤버십 혜택을 앞세운 쿠팡 생태계의 강력한 '록인 효과'(lock-in effect·고객 이탈 방지)가 보안 우려를 압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경에이셀의 리서치 및 투자정보 플랫폼인 에픽AI에 따르면 쿠팡에서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9일 다음날인 같은달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쿠팡 결제액은 전주 대비 2.6% 늘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소비자 이탈 우려를 불식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컬리(6.4%)와 네이버(5.1%)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이는 경쟁사보다 높은 리텐션(이용자 유지율) 구간에 진입한 쿠팡의 충성 고객이 이탈함에 따른 반사이익보다 연말 다수 플랫폼을 활용하는 '멀티호밍(타 플랫폼 이용)' 현상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쿠팡의 음식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결제액(-0.6%)은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요기요(-8.5%) 땡겨요(-7.2%) 배달의민족(-1.4%) 등 다른 경쟁사보다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로켓배송의 효용과 멤버십 혜택이 보안 우려라는 심리적 장벽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도 이번 사태로 인한 고객 이탈 규모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0.81% 오른 27.3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첫 거래일(1일) 5.36% 급락한 뒤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6.13달러까지 밀렸으나 현재 4.59% 반등한 상태다. 논란이 일기 직전 거래일 종가(28.16달러)에 근접해가고 있다.
반면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반사이익이 점쳐지던 기업 주가는 뚜렷하게 힘이 빠진 모습이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로 이달 3일 10만원을 돌파한 뒤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해 9만6200원까지 밀렸다. 같은 기간 이커머스 운영 업체인 이마트(이마트몰·SSG닷컴·G마켓)도 8만5100원까지 오른 뒤 3거래일 연속 하락해 8만2000원대로 내려왔고, 롯데쇼핑(롯데ON)은 7만5800원까지 상승한 후 현재 7만200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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