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5년 후 0%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가운데 금융이 한정된 자원을 재배분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이 총재는 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별관에서 한국금융학회와 함께 연 정책 심포지엄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 주제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융의 역할'이었다. 이 총재는 "2000년대 초 5%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이 최근 2%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2040년대에는 0%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완충할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혁신은 미진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총재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융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재배분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핵심 인프라"라며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서울대 경영학부 교수)이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자본시장 신뢰 제고와 역할 강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조 전 위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이 투자자에게 충분한 신뢰와 투자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부동산이나 해외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펀드 스캔들, 금융회사의 이해상충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가계의 간접투자 및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점을 문제로 꼽았다. 조 전 위원장은 "그 결과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부동산과 예금에 과도하게 편중됐다"며 "자본시장이 성장·쇠퇴 산업을 가려내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기업의 혁신 투자와 경제 전반의 성장잠재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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