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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 년간 상속재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상속을 둘러싼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1% 미만이었던 상속세 과세자 비율은 지난해 서울 지역 기준 약 15.46%로 치솟았다.
과거에는 상속재산 규모가 크지 않았고 가족 간 분쟁을 꺼리는 분위기 탓에 상속재산에 대한 정확한 권리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상속재산을 기계적으로 법정상속분대로 등기하거나, 아예 상속등기를 하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되는 사례도 빈번했다.
문제는 이렇게 정리되지 않은 상속관계가 시간이 흘러 예기치 않은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오래된 토지나 건물이 갑자기 '큰 자산'으로 변모하면서, 한때는 무심히 넘겼던 상속재산이 분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10배 오른 토지, 누구 차지인가
10년 전 사망한 X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X씨는 생전에 자녀 A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증여했고, 상속재산으로는 당시 약 7000만원 상당이던 과천 소재 토지 한 필지를 남겼다. 이 토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상속인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인근 지역 재개발로 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하면서 상속인들 사이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상속인 B가 과천 토지의 등기부를 확인했더니, 등기부에 A와 B가 각 1/2 지분씩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B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등기원인란이 알려주는 진실
우리 민법은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상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상속인은 선택에 따라 상속을 포기할 수 있고, 상속을 받는 경우에도 공동상속인 간 협의를 통해 상속재산의 귀속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따라서 과천 토지에 대한 등기가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결과라면, A와 B는 A가 받은 생전 증여를 고려하지 않고 상속재산을 균등하게 나누기로 협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경우 B나 그 가족이 결과에 불만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성립한 상속재산분할협의의 효력을 뒤집기는 어렵다.
그러나 등기부의 '등기원인'이 단순히 '상속'으로 기재돼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부동산등기부 갑구에는 소유권 변동의 원인이 기재되는데, 상속등기는 각 상속인이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고 법정상속분대로 등기가 이루어지며 등기원인란에는 '0000년 00월 0일 상속'이라고 기재된다.
반면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등기는 등기원인란에 '협의분할재산상속' 등으로 기재되는데, 이는 모든 상속인이 참여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원인으로 소유권이 변동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등기원인란에 단순히 '상속'이라고만 기재된 경우라면 해당 재산은 상속재산분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상속재산분할을 통해 상속분을 정할 수 있다.
특별수익, 상속분 조정의 핵심
피상속인 X에게 유언 등 별도의 상속계획이 없었다면, 과천 토지는 A와 B에게 각 1/2씩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규정해 상속분 계산 시 생전 증여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즉 피상속인의 상속개시 당시 순재산 가액에 생전 증여액을 더한 뒤 법정상속분에 따라 각 상속인의 상속분을 계산하고, 그중 특별수익자(증여·유증을 받은 상속인)의 수증재산 가액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자산·생활수준, 가족관계, 형평성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데, 시기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수십 년 전의 증여도 특별수익으로 인정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A가 20년 전 X로부터 7000만원을 증여받았다면, 상속재산분할 시 과천 토지 가치(약 7000만원)에 이 증여액을 합산해 상속분을 계산한다. 이렇게 합산한 1억4000만원을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면 A와 B는 각 7000만원씩을 가져야 하지만, A는 이미 증여로 7000만원을 받았으므로 상속재산에서는 받을 몫이 없다. 결국 과천 토지는 B가 단독으로 상속하고, 10배 이상 오른 경제적 이익도 B가 온전히 누리게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처럼 상속인 중 1인이 나머지 상속인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속'을 원인으로 법정상속분대로 등기했다 하더라도, 이는 상속재산분할협의에 따른 등기가 아니므로 여전히 상속재산분할이 가능하다.
특별수익을 한 상속인이 스스로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상속분을 조정할 수 있고, 이를 부인한다면 다른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적정하게 상속재산을 분할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별수익을 반영해 상속분을 정한다.
과거에 소홀히 여겨졌던 상속관계도 지금 시점에서 다시 점검하면 바로잡을 기회가 생긴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등기부만 확인해도 해당 등기가 '상속재산분할'의 결과인지, 아니면 단순히 법정상속분에 따른 일방적인 등기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상속재산분할 대상 여부를 가늠하기가 수월하다.
따라서 아직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속재산이 있다면 이를 미리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당한 상속분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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