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의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제한된다.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 내에 있는 병원이나 약국, 위스키나 와인 등 수입 주류를 취급하는 대형 슈퍼마켓들이 주된 ‘타겟’이다. 세금이 투입되는 온누리상품권의 혜택이 영세 소상공인에게 가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취지지만, 되려 전통시장 방문객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대통령령을 통해 정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지난 9월 가맹점 기준을 30억원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0억원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 중소신용카드가맹점 기준이다. 행정안전부가 총괄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의 가맹점 등록 기준이기도 하다.
중기부가 이 같은 정책을 갖고 나온 것은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 내에 위치해 있지만 소상공인이라곤 보기 어려운 일부 업체들이 10~15% 할인 혜택이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해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국회 등의 지적에 따라서다.
중기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전국에 1048개에 달한다. 여기엔 위스키나 와인 등 수입 주류 애호가들 사이에서 ‘성지’라 불리는 슈퍼마켓형 점포와 대형 약국, 전자제품 매장, 병원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우나 생선회 등 고액의 농축수산물 유통업체나 인기 요식업체 등도 일부 포함돼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매출 기준을 초과할 경우 신규 가맹 등록 또는 기존 가맹점의 등록 갱신이 제한된다. 이미 등록된 가맹점이라도 이 기준을 초과하면 가맹점 등록이 말소된다. 하지만 현행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가맹점 지위를 유지하게 했다.
기존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던 부정유통 행위도 새롭게 명시했다. △가맹점이 등록된 점포 외부에서 상품권을 수취한 뒤 환전하는 행위 △수취한 상품권을 다른 가맹점에서 재사용하는 행위 △제3자와 공모해 상품권을 부정하게 유통하는 행위 △비가맹점의 상품권 취급 및 사용자의 재판매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기존 전통시장에 한정됐던 화재공제 제도를 상점가와 골목형 상점가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번 개정은 온누리상품권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제기돼 온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개선한 조치”라며 “부정유통에 대한 대응을 한층 촘촘하고 강력하게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 설정이 전통시장 방문객을 되려 줄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몰리는 인기 점포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서 제외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입지를 찾아 철수할 경우 전통시장의 명소만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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