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폴 카인라드 세계국제콩쿠르연맹(WFIMC) 회장(왼쪽)과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한국 클래식계의 과제를 ‘혁신’으로 정의했다. 카인라드 회장은 지난 5~6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비욘드 더 스테이지 2025’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 6월 중국 하얼빈 총회에서 정 위원장과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카인라드 회장은 최근 콩쿠르계의 흐름을 ‘다양성의 부상’으로 요약했다. 그는 10월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예로 들며 “우승자뿐만 아니라 입상권 밖 연주자들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줬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우리는 이미 누가 1등인지보다 ‘얼마나 고유한 목소리를 내는가’가 중요한 새로운 챕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백남준 같은 혁신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왜 클래식 음악계에는 아직 백남준 같은 인물이 없는가? 클래식 음악의 해석 영역에서도 그런 혁신가가 나올 공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카인라드 회장은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임윤찬에 대해 “그런 혁신가의 자질을 보여주는 연주자”라며 “이제 막 시작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해석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임윤찬이 상업적으로 과도하게 소모되지 않고, 예술적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보호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콩쿠르를 넘어 개별 아티스트의 생존을 위한 브랜딩과 정책 지원 방향도 바뀌고 있다.
정 위원장은 “과거의 지원이 콩쿠르 참가를 돕는 ‘물고기 주기’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도록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연습실 밖의 네트워킹, 마케팅, 청중과의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뷰 말미 두 사람은 미래 예술가들을 향해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카인라드 회장은 “많은 젊은 연주자가 콩쿠르 우승을 ‘음악계의 노벨상’처럼 여기며 인생을 걸지만, 과학자가 노벨상을 못 받았다고 실패한 인생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위원장 또한 “성적에 매몰되지 않고 과정을 즐기는 예술가만이 롱런할 수 있다”며 “세계 무대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연결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민선 기자/사진=문경덕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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