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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구리 가격이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다. 신재생 에너지 설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구리 수요가 급증한 요인도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재정 확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구리 가격 상승으로 관련 기업의 주가와 금융 상품 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시 사상 최고가
9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전날 구리 선물은 t당 1만163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8800달러대)보다 30% 이상 올랐다.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 말부터 계속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공급망 차질이 구리 가격이 급등한 주요 배경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올해 구리 생산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3%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 주요 광산의 생산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일부 구리 광산의 사고가 겹친 탓이다. 세계 2위 구리 광산인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은 지난 9월 대규모 토사 붕괴 사고로 2개월 이상 가동이 중단됐다. 미국 정부의 구리 고율 관세 검토 소식에 미국 내에서 재고 비축에 나선 것도 공급망 리스크를 키웠다.
반면 수요는 급증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가 구리 수요를 지속해서 끌어올리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구리를 세 배 이상 사용한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 등에도 구리가 대량 들어간다. 최근 AI 수요 급증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설비, 고전압 연결선, 통신 배선 등에는 막대한 양의 구리가 필요하다. JP모간은 내년 데이터센터용 구리 수요가 올해보다 30%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리 금융 상품도 급등
중국이 내년 경제 성장 방향으로 내수 확대를 제시한 것도 구리 추가 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은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중앙정치국 회의를 소집하고 ‘강대한 국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쉬완추 중국 코프코퓨처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투자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적극적인 거시 정책을 보여준다”며 “구리는 전력망 개선과 컴퓨팅 성능 향상 관련 정책 지원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구리 가격 상승에 미국 구리 생산 기업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미국 최대 구리 채굴 업체인 서던코퍼 주가는 전날 기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60%가량 뛰었다. 또 다른 구리 생산 전문 업체 프리포트맥모란 주가는 같은 기간 18% 상승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올랐다. 전 세계 구리 채굴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인 ‘글로벌 X 구리 마이너스(Global X Copper Miners)’는 올 들어 70% 이상 상승했다. 국내에 상장된 ‘TIGER 구리실물’ 가격은 지난 1년간 30% 이상 올랐다. ‘KODEX 구리선물(H)’도 같은 기간 20% 이상 올랐다.
구리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현재 구리 공급은 충분하기 때문에 구리 가격이 t당 1만1000달러 이상에 오래 머물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반면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비축 수요 지속, 중국의 경기 부양,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전망 등은 구리 가격의 단기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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