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리금 부담이 계약 체결 이후에 갑자기 불어나는 것은 주담대 금리의 복잡한 결정 구조 때문이다. 주담대 금리는 대출 원가에 해당하는 지표금리에 은행의 이자마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우대금리 포함)를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 중 가산금리는 은행과 대출을 계약한 약정일에 결정되지만 지표금리는 주담대 실행일(잔금일)에야 확정된다.
문제는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는 대부분 차주와 은행이 계약을 맺고 1~2개월 뒤에야 잔금일이 도래한다는 점이다. 이에 주담대 계약 이후 지표금리가 급등하면 잔금일에 결정되는 최종 금리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최근 2~3개월 내 국내에서 주담대를 받은 대부분 차주는 이런 금리 결정 구조 때문에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피해를 봤다. 728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한국은행의 매파적 기조에 국채 금리가 오르며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도 급등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0월 10일 연 2.994%에서 12월 8일 연 3.499%로 0.505%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소비자가 은행이 회피한 금리 급변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과 같이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시기엔 가계의 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잔금일에 확정되는 주담대 최종 금리가 계약 당시의 약정금리보다 많이 높아져도 차주가 계약을 철회하기 어렵다. 주담대 계약을 철회하면 잔금 지급을 앞두고 부동산 매매 계약을 함께 해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10월 주담대로 부동산 잔금을 치른 30대 직장인 B씨는 “약정금리보다 주담대 확정금리가 0.2%포인트 올랐지만 주택 구입을 잔금일에 취소하면 계약금과 중도금 모두 날릴 가능성이 높은데 누가 은행에 따질 수 있겠느냐”며 “은행이 변경한 금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주담대 지표금리를 계약일이 아니라 실행일에 결정하는 현재의 주담대 금리 결정 구조가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엔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금리 하락기엔 지표금리가 하락한 만큼 최종 금리가 계약 시점의 약정금리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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